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시급 8350원(월 환산액 174만 5150원)으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많은 부분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야기되고 있다. 이에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제기되는 오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코자 한다.

최저임금 심의는 해마다 3월 말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심의요청을 함으로써 개시된다. 올해 경우 3월 30일 심의요청이 왔고 법상 90일 이내인 6월 28일까지 최임위는 의결을 해야 하지만 약 2주 정도 지난 7월 14일 의결됐다. 여기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었다. 우선, 3년 주기로 최임위 위원 교체가 이뤄지는데, 올해가 그 시기에 해당돼 위원 교체에 따른 첫 회의가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늦은 5월 17일에 열렸다. 둘째, 6월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이 통과되면서 노동계 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했고 7월에야 복귀함으로써 제대로 심의를 진척시킬 수 없었다. 민주노총 추천 위원들은 끝내 참여하지 않았으며, 경영계(사용자) 위원들도 심의 도중 경영계가 제안한 업종별 구분 적용안이 표결 끝에 부결되면서 이에 항의해 불참했고 마지막 의결될 때까지 복귀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 추천 노동계(근로자) 위원 5명이 각각 10.9%와 15.3%의 인상률을 제시해 표결 끝에 공익위원안인 10.9%로 최종 의결됐다.

시급 8350원 결정 근거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임위는 위 지표들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검토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이들 지표는 기계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리고 어떤 지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최임위에서 노사공익이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된다. 각 지표에 대한 노사공익의 입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토론과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까지 노사공익 간 합의된 기준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근로자 생계비의 경우 평균생계비를 고려할 것인지 저소득가구 생계비를 고려할 것인지, 근로자 1인 생계비인지, 가구원을 포함한 생계비인지 등이 매번 다투어진다. 유사근로자 임금 역시 평균임금, 중위임금, 저임금 등 노사가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가진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최종적으로는 공익위원의 구체적인 최저임금 결정 근거를 중심으로 정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이 밖에 경제·고용 상황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도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예를 들면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고려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경제·고용사정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이번 최저임금 8350원은 전년 대비 10.9% 인상된 금액이다. 구체적인 결정 근거를 보면 유사근로자 임금 반영분 3.8%, 소득분배 개선분 4.9%, 산입범위 확대 조정분 1.0%, 협상배려분 1.2%이다. 유사근로자 임금 반영분 3.8%는 매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하는 금년도 임금인상 전망치다. 소득분배 개선분은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반영이다. 산입범위 확대 조정분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이 통과되면서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들의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 합리적인 수준의 보전분을 반영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노사공익 협상 과정을 거쳐 정해짐에 따라 그 최종 결과가 객관적 지표(임금인상률, 소득분배 개선분 등)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를 협상배려분 또는 협상조정분이라 하며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특성에 따라 불가피하게 생기는 부분으로 보면 된다.

노사정, 상생하는 법 찾을 때

첫째, 공익위원들이 이번 결정 과정에서 자의적인 기준을 정해 최저임금을 일방적으로 정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다. 관련 지표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노사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내린 결론이다.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노사 입장의 간극이 너무 큰 상황에서는 공익위원이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되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 처리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에도 이를 위한 표결 규정을 두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는 노사위원 각 1/3 이상 출석을 특별요건으로 한다. 노사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회 이상 어느 일방이 불참 시에는 이러한 특별요건 없이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표결 처리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다. 이번 결정은 동 법 규정에 근거해 노사공익 모두 국민에게 약속한 시한인 7월 14일에 적법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이번에 공익위원이 채택한 기준 역시 자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과거 공익위원이 채택해 온 기준에 대부분 근거했다. 산입범위 확대 조정분 1.0%를 반영한 것은 최저임금 30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제도 개선 조치이고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반영한 것이다.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기준 역시 과거 5년간 목표치는 달성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을 정해야 할 시점에서 이를 정한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임금 불평등도가 높고 저임금 근로자 규모가 커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어 중위임금 대신 이러한 우려가 덜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둘째, 업종별 구분 적용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공익위원들이 전혀 소상공인을 배려하지 않아 부결시켰다는 주장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업종별 구분 적용이 규정돼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이 규정은 1988년 첫해 시행되고 다음 해부터는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 1988년에는 제조업(10인 이상)만 최저임금이 적용되었고 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두 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지금은 전 산업, 전 규모에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업종별 구분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면이 있는 것이다. 동일 업종이라 하더라도 생산성, 지불능력이 천차만별이다. 고급 레스토랑과 동네 김밥집이 같은 음식업이라고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경영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을 요구했으나 법상 규모에 따른 구분 적용은 불가능하다. 여러 사정으로 과거 역대 정부 하에서도 업종별 구분 적용이 최임위에서 한 번도 채택된 적이 없으며, 이번 최임위 공익위원이 특별히 달리 입장을 바꾼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의 정확한 효과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국제적으로도 확립된 정설이 없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선진국에서 내수 진작과 분배 개선의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다양한 정책수단을 병행해 활용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 조합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제 각고의 진통 끝에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계속 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의 과제는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을 개발, 시행하고 노사는 현장에서 이해와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