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근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환경연구사

우리나라 국민소득 증대와 더불어 환경보건문제, 특히 우리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실내공기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2000년 초 ‘새집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언론에서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실내 오염원과 오염물질을 나열해보면 호흡으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흡연으로 인한 미세먼지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가습기나 애완동물에 의한 미생물, 토양 및 지하수로부터 방출되는 발암성 가스 물질인 라돈, 건물 단열재 등 건축자재에 포함되어 있는 석면, 전자기기로부터 발생되는 오존, 건축자재나 의류로부터 나오는 폼알데하이드와 휘발성유기화합물, 조리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등의 가스상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들 수 있다.

그 중 주방에서는 조리시 발생되는 연소가스와 잉여열, 습기 및 다양한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실내 환기가 부족해 이러한 오염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주방뿐만 아니라 다른 방과 거실 등 주거 공간 전체에 오염물질들이 확산돼 거주자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립암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으로 흡연을 폐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이 50%인데 반하여 여성의 흡연율은 2~5%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폐암환자의 79%가 비흡연자이다. 이런 상반된 결과의 원인으로 간접흡연과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되는 오염물질이 알려져 있다.

조리시 발생되는 오염물질은 조리 방법과 식재료에 따라 발생 농도에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굽기처럼 연기가 발생하는 조리 과정에서는 미세먼지(PM2.5) 농도가 3480㎍/m3,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1520㎍/m3로 주택 평상시 농도의 2~70배 이상 발생한다.

또한 튀기기와 같이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에서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1460㎍/m3로 주택 평상시 농도보다 2배 이상 높게 발생한다. 이는 조리 과정 중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이 식재료의 수분, 기름과 응결되면서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식재료와 조리에 사용된 기름성분이 가열되면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성되고 굽는 과정 중 기름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벤젠과 같은 방향족탄화수소류가 만들어진다. 반면, 삶는 조리 방식에서는 미세먼지(PM2.5) 농도가 119 ㎍/m3로 굽기나 튀기기에 비해 적게 발생한다.

조리시 주방 환기 설비(레인지 후드)를 작동하지 않으면 오염물질이 최대 10배 이상 높게 실내 공기 중으로 퍼져 나온다. 조리가 끝난 뒤 환기팬을 작동하면 30분 정도 지나야 실내오염물질 농도가 조리 전 수준으로 낮아지며 환기후드를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1시간 이상 지나야 조리 전 수준이 된다.

이렇게 실내 환기를 이용해 조리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가정에서 조리하는 사람들은 환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음 등의 이유로 환기설비 사용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부 1032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주방 환기팬 사용빈도는 ‘심한 경우에만 가끔 사용한다’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환기효과가 미미하다’가 71.8%로 높게 나타났는데 실제로 환기가 얼마나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자연환기와 함께 레인지후드 사용을 다시 한 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방 조리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부터 노출 방지를 위해 ①주방 레인지 후드와 자연환기를 동시에 실시 ②창문을 닫고 후드만 가동할 경우 주변 창문을 일부라도 개방 ③튀김 요리시 재료가 기름에 잠기도록 조리 ④식재료를 높은 온도로 구울때는 종이 호일이나 팬 뚜껑으로 덮고 조리 ⑤조리 후에도 최소 30분 이상 레인지 후드 작동 ⑥기름을 사용하는 조리 횟수를 줄이고, 삶는 방법으로 조리 ⑦연소가스에서도 오염물질이 발생하므로 조리시간 최소화 ⑧조리 후 주방 바닥 물걸레질 ⑨레인지 후드 필터의 주기적 세척 및 교체에 신경을 쓴다면 건강한 실내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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