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대만과 관련된 여행 책들을 보면 홍등 가득한 거리와 건물 사진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대만을 찾으면서 꼭 보고 싶어 하는 것이 홍등 가득한 거리의 야경이다. 그 홍등이 가득한 넓지 않은 골목이 있는 곳이 바로 ‘지우펀(九份)’이라고 하는 곳이다. 지우펀은 타이베이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300미터가 넘는 곳에 있는 산간마을인 지우펀은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한국, 일본 등 외국인관광객뿐만 아니라 대만 현지인들도 주말이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주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대형관광버스는 진입을 못하게 교통 통제가 된다.
지우펀은 우리나라에서 읽는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아홉 구(九)’에 ‘나눌 분(份)’이다. 그래서 ‘구분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꾸불꾸불한 도로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지우펀은 산간마을이다. 예전에 이 산간마을에 9가구만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산간에 마을이 있다 보니 식재료나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9가구 중 1가구가 산 아래로 내려가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해 마을로 돌아왔다. 구해온 식재료와 생필품을 항상 9등분을 했다고 해서 이 곳이 구분 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9가구만 살던 작은 마을이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었을까?
지우펀이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된 이유에는 진과스와 관련이 있다. 진과스는 지우펀에서 약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1895년 청일전쟁의 결과 청나라와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게 되는데 이 조약에는 ‘대만을 일본에 할양한다.’라는 조항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1895년부터 대만은 일본이 지배하게 된다. 일본은 지배를 시작하며 대만의 곳곳을 둘러보게 된다. 그러던 중 진과스에서 금맥을 발견한 일본은 금을 캐기 위해 진과스를 개발하게 된다.
인적이 드물었던 진과스는 곧 일본인 관리자들과 대만출신의 광부들로 가득 찼다. 진과스에서 일하던 일본인 관리자들과 광부들이 외식을 하고 차를 마시고 생필품을 살 곳이 필요해지게 되는데 이 때 만들어진 시장거리가 바로 현재 많은 이들이 지우펀으로 부르는 곳이다. 정확한 명칭은 ‘지우펀라오지에(九份老街)’이다. ‘라오지에’는 ‘늙을 노(老)’에 ‘길 가(街)’로 우리말 ‘옛길’로 번역하면 적당하다. 예전에 진과스의 황금시대에 형성되고 1920년대, 1930년에 매우 번화했던 길이기 때문에 ‘지우펀라오지에’라고 불리고 있다. 그 당시 워낙 번화했기 때문에 ‘작은 홍콩(小香港)’, ‘작은 상하이(小上海)’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우펀과 진과스는 1970년대에 금광에서 채굴하는 금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지우펀은 1989년에 개봉된 대만영화인 ‘비정성시’의 배경지가 되면서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유명해졌고 함께 배경이 된 지우펀의 풍경도 유명해지게 되었다. 현재는 지우펀이 홍등 가득한 거리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지우펀에 가보면 곳곳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그 전망대에서 마치 우리나라 여수와 같은 해안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2002년에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는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을 지우펀으로 불러 모았다. 이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배경의 모티브가 바로 지우펀에 위치한 ‘아메이차로우(阿妹茶楼)’건물이라는 이야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이 정확하게 이 곳을 모티브로 했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그래도 이 애니메이션을 감명 깊게 본 관람객들에게는 지우펀이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을 본 많은 관광객들이 지우펀을 많이 찾고 있다.
지우펀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차(茶) 한 잔’을 추천하고 싶다. 지우펀은 사람이 적은 날보다 북적이는 날이 더 많다. 그리고 아메이차로우가 있는 좁은 계단은 항상 사진을 찍는 인파로 넘쳐난다. 그래서 한국 관광객들에게 ‘지옥펀’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한적하게 지우펀을 즐기고 싶다면 찻집에 들어가 대만 고산차를 한 잔 마셔보길 추천한다. 시끌벅적하고 사람들로 정신없던 지우펀 라오지에에서 찻집으로 들어서면 그 복잡함과 단절하며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이 느껴질 것이다. 대부분의 지우펀의 찻집은 경치가 매우 좋기 때문에 바깥의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하면 어느새 여독이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