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논단 김헌태논설고문

국회특활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른바 특수활동비라는 것인데 말이 참으로 묘하다. 활동비면 활동비지 무슨 특수란 글자를 붙여 마치 비밀스러운 공작활동을 하는 듯이 명칭을 만들었다. 참여자치연대의 폭로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내용이다. 내역공개에서 보듯이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사용하여 왔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썼다.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썼다고 하는 국회의원들의 고백마저 들린다. 지난 1994년 특활비라 제도가 생긴 이래 그동안 감춰왔던 내역이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배신감과 상실감이 매우 큰 것 같다. 영수증도 없이 사용하고 누가 가져다 쓴지도 모르는 비용들이 물 쓰듯이 쓰여 졌다.
19대 국회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쓴 특활비 240억 원의 세부내용으로 총 1300여건에 달한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쓴 내역을 보니 특활비 지급 대상과 관계없는 항목이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혈세를 눈먼 쌈짓돈으로 썼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일도 안하고 눈만 뜨면 싸움질만 하면서 어느새 이런 돈을 챙겨서 멋대로 썼으니 국민들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심지어 특활비 가운데 59억 원이 넘는 금액이 최종 수령인이 불투명한 방식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한마디로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다. 지출결의서가 있는데도 이런 식이라면 이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불법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출한 사람도 문제 쓴 사람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혈세를 이처럼 마구잡이로 써도 되는지 참으로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허구헌 날 싸움질만 하면서도 뒤돌아서서는 돈만 세고 있었다니 국민들의 배신감이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이들은 개인사용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납득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특활비에는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던 사람들이다. 자신들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갖은 교언영색으로 변명을 하며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폐지보다는 투명하게 제도를 바꾸면 된다는 식이다. 그동안 하던 행각을 보면 국민들이 이를 용납하리라고 보는 가 묻고 싶다. 연봉이 1억4천만 원에 달하는 사람들이자 뚝하면 세비 올리는 데는 혈안이 되어 갖은 비난도 감수하던 국회의원들이었다. 정책개발이나 입법지원 등 여러 가지 명목을 내세우면서도 뚜렷하게 감동적인 해명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쌈짓돈처럼 쓰던 자신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특활비 얘기를 하면서도 계면쩍은 얼굴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말 만들기에 급급한 것을 보면 잘못은 인정하는 모양새이다. 국민혈세를 사용하는 것은 관행이라는 표현으로 둘러대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의 피와 땀이 묻은 혈세를 어떻게 이렇게 흥청망청 마구잡이로 쓸 수 있고 또 그런 세월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보냈는지 국회의원들의 낯이 참으로 두껍다. 남들의 잘못과 적폐에는 게거품을 물면서도 자기 눈에 대들보는 보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 정도면 도덕적인 흠결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심지어 그전에는 모 당의 대표가 특활비를 현금화해 국회대책비로 쓰다가 돈이 남자 자기 부인에게 생활비로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매년 50억 원 안팎의 특활비를 자기들 멋대로 영수증도 없이 써대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라면 과연 어느 국민들이 이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도 불문가지이다. 한마디로 적폐 중에 최고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청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 근거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한 돈을 환수시켜야 한다. 구렁이 담 너머 가듯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해마다 국정감사를 하면서 큰소리 쳐대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차제에 국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회 특활비는 당장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국민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청년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서민경제는 초토화되어 국민들의 민생고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도저히 특활비를 함부로 써댈 수가 없는 것이다. 국회는 늘 개점휴업상태를 방불케 하면서도 무슨 정책개발을 하고 무슨 입법지원활동을 제대로 했다고 이런 명목으로 돈을 써대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받아서 썼다고 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참으로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들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시켜 놓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의 조자룡 헌 칼을 마구 휘두르는 식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정신 즉 높은 신분에 따르는 정신적,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전혀 없다. 부끄러운 우리나라 국회의 자화상이고 수준이하의 졸작이다.
덴마크나 독일 의원들의 검소함이 참으로 부럽다. 그토록 유럽의 선진지를 특활비를 마구 써가면서 갔다 왔다 하면서도 이런 좋은 자세를 왜 배워오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들 나라에는 자전거 타고 다니는 의원들이 즐비하다. 국회의원입네 하고 뻣뻣하게 교만을 떠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우리네 현실과는 너무나 대비가 된다. 더욱 겸손하고 검소하며 국민들을 위하여 더 낮은 자세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시정잡배만도 못하다면 이는 모두 국민소환감이다. 보다 정직하고 정의로운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특활비를 폐지하자며 내놓았던 법안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이제 국민비난이 빗발치자 다시 폐지 법안이 상정된 모양이다. 이유야 어떠하던 간에 상식이하의 사용처문제가 발생하여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 만큼 폐지가 마땅하다. 여기에다 또 무슨 구실을 붙이려고 수작을 부릴 경우 우리는 덴마크나 독일 등 유럽의 국회의원들의 모범적인 모델을 적용하여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과 국회의원들의 활동 모습은 정상성을 벗어나 있다. 국민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권력쟁탈의 아수라장판을 방불케 한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모습을 접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늘 대립과 반목이며 자기들끼리 이전투구로 세월을 보내며 기둥뿌리 썩는 줄 모르고 있다. 정말 환골탈태의 각고의 노력이 국회의원들이나 국회나 각 정당들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도 자성하여 민주시민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판을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인물과 리더의 탄생을 갈망하는 시대적 요구가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사태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시중에 나가서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들의 고통의 소리를 들어보라. 국민혈세 한 푼도 막 쓸 수 없다. 국민들도 안중에 없이 마구잡이로 잘못 사용한 특활비를 모두 회수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비등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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