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서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

우리가 사는 지금의 이 세상은 과거로부터 누군가의 아이디어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온 결과의 산물이다. 오래 전 그 누군가는 무언가에 타는 목마름이 있어 스스로 우물을 팠을 것이고 그로 인해 세상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고 시각을 달리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불편함에 익숙해지기 보다 덜 불편하게 바꾸고자 하는 부지런한 의지가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동력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난 3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실현하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추진과제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부 운영으로 전환, 참여와 협력으로 할 일을 하는 정부, 낡은 관행을 혁신하여 신뢰받는 정부 구현’이 선정되었다. 이에 따른 세부 정부혁신 사업으로 낡은 관행과 선례를 깨는 창의행정, 국민불편․부담을 야기하는 규제혁파 및 행정․민원 제도개선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부담적 행정 행위를 수행하는 병무청의 입장에서 규제혁신이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예외 없는 병역이행과 병역의 형평성 확보를 가치로 두고 있는 업무 특성 상 규제완화는 상충될 소지가 많다.

병무청은 이러한 한계를 딛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로 대국민 행정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하여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작은 규제더라도 병역의무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불편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현장 밀착형 규제 중심으로 법 개정이 필요 없는 행정규제인 그림자규제부터 제도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올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병역제도 중 두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귀화자가 전시근로역에 편입하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를 민원인 입장에서 제출하기 쉬운 서류로 선택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방문해야 발급받을 수 있는 귀화허가서 사본, 국적취득사실 증명서 대신 언제 어디서나 발급받을 수 있는 기본증명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승선근무예비역의 생활 안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하선기간(승선근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기간) 중 영리활동 및 겸직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였다. 종전까지는 승선근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복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었으나 승선근무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경우 선원법에 따른 선원을 제외한 영리활동과 겸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였다.

또한 병무청은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는데 지난 4월부터 1개월간 국민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병무청 소관 업무와 관련한 불필요한 규제와 국민 불편 사항 해소를 위해 테마형 국민공모제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병무민원 중 동원․예비군 관련 민원에 대해 인증수단을 “공인인증서, 공공아이핀, 휴대폰 인증 등 3개 체체”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의 국민제안이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병무청은 올 하반기에 병무청 홈페이지의 민원메뉴에 휴대전화 본인확인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대전충남지방병무청에서도 지난 6월 국민의 적극적인 정책참여를 유도하고 병무행정 제도개선 의견을 쉽게 접수할 수 있도록 ‘국민생각 엽서’를 고객맞춤형 엽서로 제작하여 활용하고 있다. 공무원은 물론 국민 누구나 병무행정을 접하면서 불편했던 점들에 대해 다양하고 참신한 개선 아이디어를 국민생각 엽서를 통하거나 국민신문고 또는 국민생각함을 이용하여 참여할 수 있다.

세상은 큰 변혁이 있지 않는 한, 갑자기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시나브로 바뀌어 갈 뿐이다. 지금의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가 먼 훗날 상상하지 못할 큰 변화를 이끄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내 삶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은 바로 규제혁신임을 깨달아 생활밀착형 규제를 발굴․개선함으로써 보다나은 대한민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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