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 기자


아무래도 여름방학이나 여름휴가 때 대만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대만의 여름은 매우 뜨겁고, 습한 날씨다. 지하철이나 건물 안의 냉방시설은 잘되어 있어 실내에서는 춥다고 느낄 수 있으나 하루 종일 밖에서 여행을 하는 자유여행객에게는 매우 더울 수 있다. 그리고 피부가 약한 사람이라면 금방이라도 살이 빨개지고 쉽게 탈 수 있다. 이렇게 더운 계절에 대만을 찾았을 때 선선한 날씨에 관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아리산(阿里山)’이다. 아무래도 산이 고도가 높기 때문에 여름에 아리산을 가면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같이 선선하고 시원하다.
아리산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대만 북부나 타이베이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아리산을 가는 방법부터 이야기해보겠다. 먼저 타이베이기차역에 가서 자이(嘉儀)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일반기차로 약 3시간 반이 소요된다. 자이역에서 내려 자이역 앞에서 다시 아리산행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을 올라가야한다. 버스를 타고 산을 굽이굽이 가다보면 차 창 밖에 고도에 따른 열대, 온대, 한대로 변하는 산림대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리산을 즐기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먼저, 아리산의 국민코스라고 불리는 하이킹코스를 걷거나, 두 번째, 일출을 보는 것이다. 아리산 국민코스에 대해 먼저 소개해보자면 아리산역에서 자오핑(沼平)역까지 7분 동안 자그마한 빨간 산림열차를 타고 간다. 자오핑역에서 내려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크고 곧게 뻗어 있는 노송나무들 사이에 철도가 있다. 여기가 바로 하이킹코스의 시작점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 많지 않은 아리산은 자주 자욱한 안개를 머금고 있다. 이 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등산과 달리 가볍게 산책하듯이 걸으면 된다. 그러므로 등산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숲 속의 초입의 자매 연못을 지나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노송나무와 삼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걷다보면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가 떠오른다. 또한 숲 속에 잘려나간 나무들을 보면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느껴진다. 이는 사실 일본이 산림을 수탈해간 흔적이다. 사실 2000미터가 넘는 곳까지 산림열차가 있는 것도 일본사람들이 산림 수탈을 용이하게 위한 만들어놓은 것이다. 잘려나간 나무들과 산림열차를 보며 대만의 아픈 역사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일본인들이 나무를 수탈하면 산신이 두려워 세운 위령비도 있다. 철로 표현되는 기술과 과학으로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도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계속해서 걷다보면 갈라진 나무사이로 다른 나무가 자라 돼지 형상을 닮은 고목도 볼 수 있으며, 대만답게 도교 사원도 볼 수 있다. 그 사원 건너편에는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휴게소가 있다. 그리고 코스를 둘러보다 보면 1000년, 1500년 이상된 고목과 2000년 이상된 신목도 볼 수 있다. 그 긴 세월동안 인간들의 역사가 바뀌고 있을 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고목을 바라보면 인간의 걱정거리가 한 낯의 먼지같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약 2시간 반 정도 피톤치드를 느끼며 출구를 향해 하이킹을 하면 걸어 나오면 아리산역에 도착한다.
두 번째, 일출을 보러가기 위해선 아리산역에서 주산(祝山)행 열차를 타야한다. 열차시간은 일출시간에 맞춰 변동이 되고, 표가 매진될 수도 있으니 아리산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일출 보러 갈 표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새벽에 열차를 타고 주산역에 도착하면 역 앞 일출포인트가 있는데 그 곳의 오른쪽으로 쭉 올라가시는 것이 좋다. 그 곳에 더 높은 곳의 일출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운해가 가득한 아리산의 능선을 감상하며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리산은 날씨가 좋은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출을 보는 것은 매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상상황 때문에 일출을 못 보더라도 일출을 보기위한 과정들 속에서 새로운 추억과 가치가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타이베이로 다시 돌아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세계 3대 산림열차 중 하나인 아리산산림열차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서는 아리산에서 펀치후(奮起湖)라는 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펀치후라는 마을은 아리산에 있는 마을로 작은 지우펀으로 생각하면 된다. 산림열차를 타고 자이까지 굽이굽이 가게 된다. 기차는 매우 협소하나 창밖 풍경은 영화 속에 나오는 울창한 산 속을 떠오르게 하고, 고도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산 속을 지나가던 열차는 어느새 평지를 달려 자이역에 도착하게 된다. 자이역에서 다시 타이베이행 열차를 타고 타이베이로 돌아가시면 아리산 여행이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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