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대전‧충남재향군인회 안보부장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 하겠습니다’. 시내 주요 거리나 건물, 보훈 안보단체, 회사 사옥 등에 부착된 현수막 내용이다. 몇 자 안 되는 이 글 귀 속에 오늘 이시대의 현상이 그대로 농축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6월25일에 담겨진 이 날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되새겨 보게 하는 오늘인가 싶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의 푸르름이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6.13지방선거가 끝났음에도 지방자치단체 선거 출마 당선자들의 공약 다짐을 내건 현수막에서 당선사례 인사 등 종류 불문의 많은 현수막들이 혼재하는 상태에서 일상의 시민들이 ‘보훈’과 관련해 부착한 현수막에 얼마나 시선을 던지고 있을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순간이나마 나라를 위해 희생 헌신한 호국의 영령들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은 가슴 뭉클해지며 처연하게 만들어 주는 표식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호국보훈의 달’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국민의 호국ㆍ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현충일, 6ㆍ25, 제2연평해전의 정부기념식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정부는 6월 한 달을 '추모의 기간(6월 1일~10일)', '감사의 기간(6월 11일~20일)', '화합과 단결의 기간(6월 21일~30일)'으로 나누어 호국ㆍ보훈행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라 한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급한 순간에 자기를 버리고 조국을 위해 망설임 없이 목숨을 던지며 희생한 호국영령의 수호신과 호국영웅들을 기리는데 소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 ‘호국보훈의 달’은 더욱 특별하고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유는 하나다. 분단된 내 나라 국토의 허리를 두발로 걸으는 젊음의 건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가 주관하는 ‘제11회 대학생 휴전선·전적지답사 국토대장정’(6.25 ~ 7.1)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대원들에 있어 6박7일 기간 중 내리쬐는 폭염은 아스팔트를 달구고 무더위는 땀으로 온몸을 적시기도 할 것이다. 비라도 내리면 발바닥은 물집과 함께 퉁퉁 붓게도 될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행군으로 배낭은 천근만근이고 발걸음은 땅바닥에 달라붙어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고향의 엄마 아빠가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생각날 것이다. 낯선 누군가와의 만남과 다소의 이질감도 걱정일 것이고, 땀내와 바뀐 잠자리는 쉬 잠 못 들게 할 것이며, 또 누군가에는 일정에 대한 걱정과 대원들에 대한 안전 염려도 압박감으로 짓누르게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과 염려,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임을 잘 안다. 이미 모든 준비가 다 완료돼 D-Day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간다, 젊음을 휘날리며!!’ 라는 슬로건으로 실시되는 이번 국토대장정은 오는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68주년 정부 주관 6·25행사 참석 후 출정식을 갖고 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해군2함대 사령부 천안함 견학으로부터 동부전선 통일전망대까지 155마일 휴전선을 6박 7일(6.25~7.1) 동안 617.9km를 도보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숨져간 호국의 수호신을 추모하고 그 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보듬게 된다.

68년 전 6월25일 새벽, 평화스럽게 잠든 대한민국을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불법으로 남침한 북한의 김일성 공산집단. 그에 맞서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펜과 책 대신 총을 들고 전선으로, 전선으로 나아가 조국의 수호신이 된 호국영령과 호국의 영웅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지금 우리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이제 그들의 후예인 당시와 같은 나이 젊은이들이 선배들이 피 흘려 지킨 그 현장을 찾아 떠나게 된다. 박수를 보내며 그 날의 흔적을 온몸으로 가슴깊이 새기고 돌아오게 되기를 호국보훈의 달, 6·25전쟁 68주년 행사장에서의 출정식을 앞에 두고 조용히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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