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며칠 전인 6월 18일 월요일은 단오절(端午節)이었다. 단오절인 음력 5월 5일이 이번에는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주말부터 계속 쉴 수 있는 연휴였다. 주말에 타이베이 시내는 한산했지만 교외 유명 관광지에는 명절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나라에서 단오는 공휴일이 아니어서인지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다. 이와 달리 단오절이 대만에서는 설날(過年), 중추절(中秋節)과 함께 대만의 3대 명절로 불리고 있다. 우리의 단오와 대만의 단오절의 차이점과 대만의 단오절의 풍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자는 다섯의 나타내므로 단오는 ‘초닷새[初五日]’라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 중에서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 해서 큰 명절로 여겨져 왔다. 단오의 풍습은 신윤복의 ‘단오풍정(端午風情)’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인들이 그네를 타고 냇물에 머리를 감고 머리를 감고 있다. 단오 때 창포가 가득한 물가에서 씻거나 창포물에 머리감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단오는 절기 중 하나로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강릉 단오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대만에서의 단오절은 우리와 달리 굴원(屈原)을 기리는 의미가 크다. 굴원은 초나라 희왕 때의 신하 중 한 명이다. 당시 진나라의 세력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진나라는 초나라에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굴원은 초나라 희왕에게 이런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으나, 희왕은 다른 간신들의 말을 듣고 진나라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간신들의 모함으로 굴원은 귀향을 가게 된다. 굴원은 귀향을 가 ‘이소(離騷)’라는 시를 지은 후 멱라강(汨羅江, 호남성 동북부)에 투신자살을 하였다.
‘이소’는 근심거리로부터 떠남을 뜻하며, 내용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에 대한 질책이 담겨져 있다. 굴원의 ‘이소’ 한 구절을 해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긴 한숨 쉬며 남몰래 눈물짓는 건 고생 받은 민생이 애처롭기 때문이라네. 내 비록 아름다움을 닦으며 조심했으나 아침에 간하고 저녁에 쫓겨났네. 내 마음에 부끄러움 없으니 아홉 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으리.’ 굴원의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과 초나라에 대한 이러한 마음은 이후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담겨 중국인들에게 굴원의 충직함을 계속해서 기억하도록 하였다. 그의 충직함을 기리기 위해 단오절이 이어졌으며 현재까지 큰 명절로 인식되고 있다.
굴원이 자살했을 때 그 지역 백성들은 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배를 몰고 왔으며, 그의 시체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물고기들에게 밥알을 던졌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현재 단오절 때 대만에서는 용선(龍船, Dragon Boat) 경기를 하고 있으며, 쫑쯔(粽子)라는 대나무 잎에 싼 찹쌀밥을 먹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쫑쯔는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로우쫑(肉粽)은 안에 찹쌀에 고기, 대추 등이 들어간 것으로 보통 쫑쯔하면 로우쫑을 의미하며 갈색빛깔을 띤다. 지엔쫑(鹼粽)은 후식으로 먹는 쫑쯔로 찹쌀만 들어가서 위에 설탕을 뿌려 먹는다. 노란 황금빛을 띤다.
대만에서는 단오절인 음력 5월 5일 정오 12시에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해 평소에는 세워지지 않는 날계란이 세워진다는 설이 있어서 계란 세우기(立蛋)를 한다. 최근의 과학자들에 의하면 단오절의 중력과 평소의 중력에 차이가 크게 없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대만사람들은 인터넷을 찾아보는 등 최선을 다해 계란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음력 5월 5일이면 여름의 시작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모기 등 벌레가 많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향주머니(香包)를 만들어서 집에 거는 풍습도 있으며, 쑥을 이용하여 목욕하는 풍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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