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김민선기자

오늘은 대만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맹갑 용산사(艋舺 龍山寺)’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현재 타이베이의 구의 하나인 완화구(萬華區)를 옛날에는 맹갑이라고 불렀다. 1700년대부터 청나라사람들이 단수이(淡水)에서 통나무 배를 타고와 원주민들과 교역하기 시작하였는데 단수이강을 따라 오다보면 현재의 완화구에 도달하였다. 이때 작고 긴 통나무배들이 모인 곳이라고 하여 이 지역을 ‘맹갑’이라고 불렀다. 용산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원이 대만에는 많기 때문에 차이를 둘 때 앞에 지역의 이름을 붙인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완화구에 위치한 용산사를 ‘맹갑 용산사’라고 부른다.
용산사는 1738년에 건립된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사원이다. 우리나라의 사원과 달리 매우 화려하고 기와에 많은 장식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사원이라고 하면 불교사원을 뜻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만에는 많은 도교사원들이 있다. 용산사 역시 대만의 대표적인 도교사원이다. 도교는 17세기 대만에 불교와 함께 널리 전파되었다. 도교를 요약해보면 신선설을 중심으로 고대 민간신앙, 음양오행, 의술, 점성술, 풍수지리, 도가와 유가 사상을 보태고 불교를 본받아 조직화하고 교리를 만들어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주 목적으로 현세의 길복을 추구한다. 유교, 불교는 물론 다른 민간 신앙까지 포괄적으로 받아 들여 포용성이 강한 종교이다. 그래서 용산사에 들어가면 여러 신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용산사 본전에는 ‘관세음보살’상이 있다. 이 용산사가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이 관세음보살상 덕분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용산사는 주민들의 피난처로 사용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는 모기떼들의 습격에 주민들은 모기에 많이 물리게 되었다. 주민들은 참다 결국 모기떼를 피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주민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후 미군은 용산사를 총통부 건물로 착각을 하고 폭격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용산사는 초토화가 됐다. 주민들은 목숨을 구해 용산사가 진짜 용엄하다고 믿게 되었고, 폭격이 끝난 후 용산사로 가보니 모든 건물이 초토화가 됐지만 본전의 관세음보살상 만은 하나의 손상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상이 정말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타이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이 되었다.
용산사 본전을 지나 오른쪽 뒤로 가면 화타선사(华陀仙师)가 계시다. 우리나라의 허준같으신 분으로 후한 때의 명의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 현재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건강에 대한 소원이 화타선사께 빌면 된다. 화타선사의 왼쪽에는 문창제군(文昌帝君)께서 자리하고 있다. 학문의 신으로 항상 수험생들과 그들의 가족들로 붐비는 곳이다. 대만에서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수험표를 복사해 문창제군 앞쪽에 있는 통에 넣고 합격을 기원한다. 그리고 문창제군의 왼쪽에는 대만사람들이 이사하면 꼭 인사드리는 토지공, 복덕정신(福德正神)이 계시고, 그 왼쪽에는 성곽을 지키시던 안전과 관련된 신인 성황노예(城隍老爺)께서 계신다. 그 옆에는 대만에서 어머니 신으로 불리는 마조, 천상성모(天上聖母)께서 계시고 그 옆에는 우리나라의 삼신할매와 같은 신인 지두부인(池頭夫人)이 계시다.
용산사 왼쪽 끝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 이유는 관성제군(關聖帝君)과 월하노인(月老神君) 때문이다. 관성제군은 관우로 현재 도교에서는 재물의 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래서 항상 재물복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월하노인의 경우 붉은 실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결혼할 인연의 발목을 붉은 실로 이어준다는 신이다. 그래서 항상 젊은 참배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부아베이라고 불리는 반달모양의 2개가 한 쌍인 붉은 색 나무토막이 있다. 기도를 한 후 이 부아베이를 던져 2개가 모두 같은 면이 나오면 신이 ‘No'를 했다는 의미로 다시 2개가 서로 다른 면이 나올 때까지 던져야 한다. 2개가 다른 면이 나오면 신이 ’YES'했다는 의미로 그때 월하노인 앞쪽에 있는 통에서 붉은 실을 가져올 수 있다. 그 붉은 실은 몸에 지니거나 지갑에 넣고 다니면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용산사를 한바퀴 돌고 출구 쪽으로 가면 점괘를 볼 수 있다. 용산사를 방문한다면 재미삼아 점괘를 보는 것이 좋다. 관세음보살상에 기도를 한 후 통에 들어있는 점괘를 뽑는다. 그 점괘에는 한자로 숫자가 쓰여 있다. 이 숫자가 맞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부아베이를 던지는데 2개가 같은 면이 나오면 점괘를 다시 뽑아 부아베이를 또 던진다. 이런 식으로 부아베이 2개가 다 다른 면이 나오면 출구 쪽에 있는 상자에서 그 숫자 칸의 서랍을 연다. 서랍 안에 점괘가 있는데 고전 문법으로 이루어져있어서 대만사람도 해석이 쉽지 않다. 인터넷에 ‘용산사 점괘 00번’으로 검색을 하면 한국어로 간단히 번역이 되어 있어서 점괘 해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점괘까지 보고 출구로 나오면 용산사 방문이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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