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평화(平和)란 사전적 의미로 평온하고 화목함을 일컫는다.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이나 그런 상태이다. 평화(平和, peace)는 좁은 의미로는 '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이지만 현대 평화학에서는 평화를 '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이해하기도 한다. 전쟁과 평화는 상대적 개념으로 늘 함께 하고 있다. 물론 분쟁과 다툼에서도 평화는 늘 추구해할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쟁은 파멸과 부정을 말하고 평화는 희망과 긍정의 힘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전쟁은 지옥이요 평화는 천국과 같은 개념이다. 그만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이 평화와 전쟁이란 언어 속에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평화를 싫어한다는 것은 악인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평화는 인류가 갈망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쟁(戰爭)의 사전적 의미도 함께 살펴보면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는 싸움으로 풀이된다. 전쟁을 간단하게 말하면 국가적 무력 충돌. 정확한 정의는 둘 이상의 서로 대립하는 국가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 간에 군사력을 필두로 한 수단을 써서 상대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려는 행위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혹자는 "전쟁이란 상대의 저항능력을 없애고 우리의 뜻을 무력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정치의 연속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역사적으로 전쟁이 없었던 때는 거의 없었던 같다. 역사가 기록된 이후 3421년 중 약 268년(약 7%)만이 평화기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전쟁은 현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세계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없었다. 전쟁의 원인과 목적은 영토, 자원, 종교, 사상 등 이권 쟁탈의 경향을 띈다. 전쟁은 역사 속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해 왔다. 우리 민족이 6.25한국전쟁을 통해 바로 이런 역사를 경험한 민족이며 한반도가 이런 전쟁의 화약고가 되어 65년의 정전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상존하고 있는 냉전 체제의 유일한 이념의 산물이 바로 한반도로 상징이 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상상을 능가하는 각종 막장 드라마들이 일어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쟁은 모든 인류 죄악의 총합이자 인류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전쟁은 모든 비리와 범죄의 집결판이다. 우리는 지난 68년 전인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전쟁을 통해 3년간 남북합계 군인과 민간인 등 무려 532만 명이나 희생되었다. 당시 인구 3,600만 명을 감안할 때 6명에 한 명꼴로 사망했다. 우리 민족 최악의 전쟁이자 비극이었다. 이런 전쟁역사는 아직 종식된 것이 아니라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란 이름하에 단지 멈추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비극의 연장선상에서 말이다. 그리고 한반도에 핵과 미사일로 늘 전쟁분위기가 감돌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한반도의 자화상이다.
그러던 한반도가 전쟁모드에서 평화모드로 돌아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4,27남북정상회담에 이르는 숨 가쁜 과정들이 한반도의 시계를 평화의 시계로 바꾸어 놓았다. 마치 꿈을 꾸듯이 지나온 지난 일련의 남북관계의 대화국면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판문점의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은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 감동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회담을 통해 다시금 확인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로 전쟁이 없는 평화지대로 만들겠다는 세계적인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쟁이 없이 남과 북이 공동번영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희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전쟁의 비극에서 평화의 희망으로 한반도가 세계 평화의 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세계사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다시금 남북문제에 있어 민족사적인 전향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돌아가는 평화의 시계를 전쟁의 시계로 돌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며 악인의 길일 따름이다. 어떻게든 평화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에 전쟁이 없는 평화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의 참담한 역사를 경험한 민족이다. 그 비극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 비방하던 확성기도 철거했고 북한도 평화의 시계를 30분 다시 돌려놨다. 지금 돌아가는 남북의 시계는 전쟁의 시계가 아니라 평화의 시계이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이 석방됐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말 좋은 조짐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건으로 경제적 번영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벌써 철도건설과 개발을 둘러싼 경제협력의 사전 준비작업도 들어간 모양이다.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에 대한 분담문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로 좋은 소식들이다. 일부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과 북의 평화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살려 민족번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 시리아 전쟁의 비극이 얼마나 참혹한 지를 전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시리아전쟁과 같이 초토화하는 전쟁을 원하느냐” 아니면 “평온하고 화목한 번영의 평화를 선택할 것이냐”고 한다면 당연히 누구든지 평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를 다시 찾아보는 평화의 길이야말로 선(善)의 길이자 우리 민족이 다시금 번영하는 희망의 길,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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