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이 세기적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단호한 법치주의의 큰 흐름을 타고 있다. 과거의 적폐인 불법과 변칙의 행위가 단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 대통령들의 수난사가 우리 정치사의 오점이자 치욕으로 남고 있다.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국민주권주의를 담고 있는 헌법정신과는 거리가 먼 황당한 정치와 오만한 통치행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면 틀린 말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는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이를 근간으로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임은 더할 나위가 없다.
오늘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참으로 무수한 희생과 값진 땀방울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일제 36년의 치욕의 역사를 뒤로 하고도 그러한 길을 걸어왔다.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전쟁이후 1953년 7월 27일 정전이 성립되기 까지 만 3년 1개월 2일간 계속된 전쟁은 참담한 비극의 역사였다. 정전이후 65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과 북으로 분단된 채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 갈등은 끊이질 않았다. 적대감을 키우며 언제나 일촉즉발의 위기감 속에서 오늘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반도 위기의 상징이자 세계 평화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의 신데탕트 시대의 선언이자 한반도의 변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남북은 대북과 대남확성기도 철거하고 비방방송도 중단하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들어갔다. 변화는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불신과 반목의 남남갈등이 참으로 심각하다. 남북의 평화의 문제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없어야 할진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조차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상존하고 있다. 남북의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는 좌파우파의 논리를 내세울 일이 아니다. 이는 평화공존의 문제이자 민족화해의 엄청난 사변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남북의 상황변화에 반신반의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의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정적인 자세로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봄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무책임하고 반역사적인 행위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똘똘 뭉쳐 모처럼 찾아온 평화분위기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민족 화합과 발전의 일대 전기로 삼아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벌써 패싱을 우려한 일본과 중국이 난리 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얼마나 엄청난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이조차 깨닫지 못한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다 큰마음과 통큰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직도 소모적이고 구태의연한 정치행각들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른바 정쟁의 소용돌이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근심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한점 의혹이 없이 진실은 분명히 밝혀야 하지만 드루킹 사건인지 뭔지가 정쟁의 화두가 되어 역사적 사건을 희석시키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쥐며 여기까지 달려온 한반도 문제가 우리 스스로의 분열과 반목으로 삐꺽거린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치만 보이지 지방정치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의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에 대한 국민분노도 크다. 광주의 황당한 집단폭행사태에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구급대원마저 폭행당해 숨지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평화를 갈망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강퍅하고 살벌한 형국이다. 남북의 평화무드에 환호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는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치 무법자를 방불케 하는 행태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남북평화가 공존하고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어 정치는 물론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나라의 핵심가치를 바로 세우고 우리가 누구인지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를 분명히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는 이 시대에 남북 평화공존을 향해 세기적인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이자 소중한 우리 사회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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