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4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개막되었다. 5개 구장 중 4개 구장이 만원 관중으로 총 9만6555명이 찾아 역대 개막전 두 번째 최다 관중 기록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고 보인다. 올해도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를 새삼 실감케 한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되어 올해로써 36년째를 맞고 있다. 6개 팀으로 시작된 프로야구는 서울의 'MBC 청룡',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대전의 'OB베어즈', 광주의 '해태 타이거즈', 인천의 '삼미 슈퍼스타즈' 등 모두 6개 팀으로 출발하였다. 1982년 3월27일 동대문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이 개막전이 펼쳐졌다. 그 이후로 벌써 36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프로야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MBC청룡(1982)-> LG 트윈스(1990), 롯데 자이언츠(1982), 삼성 라이온즈(1982), OB베어즈(1982)-> 두산 베어즈(1999), 해태 타이거즈(1982)-> 기아 타이거즈(2001), 삼미 슈퍼스타즈(1982)-> 청보 핀토스1985)-> 태평양 돌핀스(1988)-> 현대 유니콘스(1995)-> 넥센 히어로즈(2008), 빙그레 이글스(1986)-> 한화 이글스(1994), 쌍방울 레이더스(1991)-> SK 와이번스(2000)로 변화했다. 여기에다 마산을 연고로 한 NC와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가 가세해 6개 팀이 10개 팀으로 늘었다.
관중 수에 있어서도 기록을 갱신하는 프로야구는 2007년 400만 관중 돌파를 기점으로, 2008년 500만 관중을 넘어섰고, 2011년엔 700만 관중에 근접하는 681만28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2012년 프로야구 총 관중은 700만 명을 넘어 800만 명까지 돌파했다. 24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규시즌 목표 관중을 879만 명으로 발표했다. 10개 구단 평균 1만220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840만688명(경기당 평균 1만1668명)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올해 각 구단마다 관중 수를 늘려 잡고 있어 한 시즌 5개 구단 관중 100만 명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산의 경우 10년 연속 100만 명 돌파 기록을 인구 140만 명의 기아가 100만 명의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음은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적 인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에는 사실 출범의도가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군부세력들은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프로야구로 돌리기 위해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그동안 연고팀들이 부침을 겪고 숱한 이야기들을 남기면서도 오히려 정치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관심과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무수한 프로야구 스타들이 탄생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선수들이 방송가의 해설 위원이나 감독, 코치로도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까지 우리 한국 선수들이 진출하여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젠 프로야구는 국민들의 생활에 한축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야구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개막전에 열광을 하며 반기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도 예고된 올 프로야구는 개막과 더불어 이미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물론 프로야구가 출범 당시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스포츠로 돌리려고 했고 실제 그런 기대효과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야구마저 없었다면 부정부패 정치의 피해자인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더욱 피폐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목이 터져라 연고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며 정치혐오증이나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니 이 얼마나 통쾌하고 멋진 스포츠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유럽에서 프로축구에 열광하듯이 우리나라도 프로야구에 대한 열광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늘 쌈판을 벌이고 각종 부정부패와 술수가 넘치는 정치판이 혐오의 대상이라면 프로야구는 국민적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정치권이 얼마나 부러워 할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들이 부정부패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를 보면서 더욱 프로야구와 정치와의 묘한 대조를 보게 된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사의 비극이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권력을 이용한 정정당당하지 못한 부정부패는 결국 말로가 이처럼 비극으로 종결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부당한 인사 청탁이나 권력형 부정부패에도 꼭 정치인들이 숨은 그림자처럼 개입되어 있다. 결국 그 종말은 비극이다. 국민적 스트레스이자 적폐에 다름이 아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국민들의 환호나 박수를 받을 수 없다. 지금의 정치권은 새로 시작된 프로야구 경기를 지켜보며 국민들이 프로야구에 왜 열광하는 지를 새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정상성을 되찾아 국민들의 외면과 혐오대상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적 사랑과 관심의 대상인 희망의 정치가 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정치권의 자세는 물론 이번 6·13 전국 지방자치선거에서도 이런 국민적 마음을 헤아리며 프로야구와 같은 새로운 멋진 정치 플레이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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