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복 정치행정부장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3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2017년 반부패 평가 결과 종합분석’을 보고하면서 2017년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각급 기관의 자발적인 반부패 노력을 평가.지원하여 공공부문 청렴 수준 제고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2002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는 제도로 2017년에는 총 39개 과제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이날 발표된 전국 256개 공공기관에 대한 ‘2017년 반부패 평가 결과’ 희비가 엇갈렸다. 충청지역 공공기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시와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부패방지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대전시는 충북도와 공주대학교와 함께 2년 연속 4등급 이하를 받아 부패 오명 도시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 11개 국공립대학교 중에서는 충남대학교와 공주대학교가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공직 유관단체인 대전도시공사는 3등급, 대전도시철도공사는 4등급을 기록했다.

반면, 대전시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고인 1등급을 받았고, 충남도는 청렴도와 부패방지 시책평가 모두 우수한 기관으로 선정됐다. 충남도는 세종시교육청·충북도교육청과 나란히 2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 대전시,충북도,공주대학교가 2년 연속 4등급 이하를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전시는 지난해 권선택 전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낙마하면서 시장 자리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고 있다. 현재 이재관 행정부시장이 시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공직기강을 잡기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는 지난해 7월 ‘반부패 청렴대책 보고회’에서 전년 청렴도 평가결과 취약분야 대책마련 및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청렴시책으로 선정된 4개 분야 21개 추진과제에 대한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시는 ▲청렴생태계 조성을 위해 청렴시민감사관과 청렴 모니터링을 운영하고, 민관 거버넌스 대전청렴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부패위험 제거개선을 위해 자율적 내부통제를 활성화하고, 공무원 행동강령 자체점검을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청렴문화 정착을 위해 찾아가는 청탁금지법 설명회, 청렴교육 내실화, 공익신고자 보호관련 조례 제정, 청렴사랑방을 운영하고 ▲청렴클러스터 참여로 기관 상호간 우수 청렴시책 확산 등 청렴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대전시의 2년 연속 반부패 평가 결과 성적이 낙제점을 받으면서 시의 반부패 청렴대책이 ‘보여주기식 행정’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꼴이 됐다.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정당인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통합추진위원회는 14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대전시가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대전시가 왜 갑자기 전국에서 제일 부패지수가 높아졌는지 원인을 따지고 책임자를 규명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상수도 민영화 사업,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용산동 관광휴양시설 개발 사업 등 시민단체와 갈등이 지속됨을 물론 산하기관 채용비리와 인사비리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대전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청권 국립대 가운데 공주대와 충남대의 반부패 평가 성적 결과 역시 초라하다. 공주대는 2년 연속 하위권에 맴돌았고, 충남대는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공주대는 현재 47개월째 총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학내 분규가 계속되고 있고, 지난달 말에는 보직교수 전원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 공직자들이 제대로 된 청렴교육 실천과 투명한 공개 행정을 펼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충남대 역시 겉으로는 ‘거점국립대’ 라며 자랑하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잡음이 끊이질 않는 대학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충남대에 대한 종합 감사에서 총 40건의 부당 행위를 적발했다. 교원들이 수천만원의 연구비를 지급받고도 연구결과를 제출하지 않고, 교직원의 교육,연수 및 연구 활동 지원 등의 목적으로 구입한 아파트를 본래 목적과 달리 일반인에 임대해온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신성한 상아탑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번 국민권익위의 반부패 평가 성적 결과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교육청이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부패방지 평가에서 ‘1등급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일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교육청은 조직구성원의 반부패 청렴정책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았으며, 금품수수 및 부당한 업무지시 방지를 위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시행과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처리 매뉴얼’ 제작 등 부패방지 및 처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은 제도개선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공직자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고강도 청렴대책으로 그 동안 국가권익위원회 청렴도 측정 결과가 낮은 5대 취약분야(△학교급식 △인사업무 △방과후학교 △현장학습 △시설공사 등)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해 왔으나 공직사회의 부패척결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강력한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 이에 부응하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금품 등을 수수한 비리 공직자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공무원 행동강령’을 엄격히 적용하여 △중징계 요구 및 관철 △직위해제 △형사고발 등을 통해 조직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청렴교육 시 이러한 사항을 집중교육하고, 손쉽게 부패행위를 신고하도록 모바일 및 비리신고센터를 정비하며, 부패 공직자 현황을 매월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한편, 금품 등 수수액의 최대 10배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공직비리신고 포상금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은 매학기 시작할 때마다 대전교육 가족과 시민들에게 청렴 서한문을 발송하고 있다. 청렴 서한문에는 촌지 수수, 불법 찬조금 모금, 인사청탁 및 금품·향응 수수 등 각종 부패행위 근절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 서한문은 교육청 산하 모든 학교와 기관은 물론 교육사업 관련 업체에 발송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강력한 청렴대책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설 교육감은 지난해 그동안 내부 인사로 이뤄진 교육청 감사관 자리를 과감히 개방형 직위 감사관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대전교육의 청렴도 강화를 위해 청렴시민감사관 10명을 위촉해 운영 중이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 추천 및 전직 공무원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했으며, 시교육청 산하 200여 개 기관(학교)의 종합감사, 특별감사 등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 비위 및 불친절 행위 제보, 위법·부당한 사항 시정 건의, 부패유발 제도·관행 시정 등 교육행정 모니터 요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설 교육감의 이런 노력의 결과가 부패방지 평가에서 ‘1등급 최우수 기관’의 영예를 차지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공공기관들은 국민들이 낸 소중한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어느 기관은 반부패방지 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았고, 또 다른 기관은 낙제점을 받았다. 분명한 것은 이들 기관의 성적표가 엇갈린 것은 기관장의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와 청렴대책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정부에서 아무리 반부패 청렴·정책을 강화하라고 해도 기관장과 그 구성원의 의지가 뒤따르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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