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제 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넉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13일부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돼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전이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져 이른바 미니총선급이 되고 있다. 16일 현재까지 확정된 재보선 지역은 서울 노원구병, 송파구을, 부산 해운대구을, 울산 북구, 전남 영암·무안·신안군, 광주 서구갑, 충남 천안갑 등 7곳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6월 재·보선 지역은 오는 5월 14일에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출마에 따른 의원직 사퇴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지역구를 감안하면 재보선 지역은 10곳 안팎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선거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판이 매우 커진 선거로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늘 그렇듯이 선거철만 되면 유사한 모습들이 꼭 등장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장이다. 이번 선거에도 정치판의 이합집산과 정당의 명칭이 모두 달라졌다. 심판도 하기 전에 지난 선거에서의 정당명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간판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이다. 제 6회 선거 때의 주요 정당 명칭은 모두 사라졌다. 정당정치의 허상을 보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정치와는 너무나 확연하게 다르다. 정치는 결과에 대한 심판이어야 하는데 전부 간판을 바꾸어 달고 선거철만 되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국민들 앞에 등장하니 국민심판의 잣대를 들이대기에 혼선을 주고 있다.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분하여 상응한 선거의 심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합집산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고 등장하니 지난 4년의 공과를 따지는데 다소 헷갈리는 것은 분명하다. 이른바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아니올시다’이다. 이는 정당정치의 악순환이자 책임정치의 부재이다.
그러나 정치판에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신선함보다는 늘 선거판에 머무는 인물 중심이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다소 식상함을 던져주고 있다. 자천타천의 인물들이 달라진 간판을 달고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매번 선거 때마다 등장하여 정작 선거전을 완주하는 경우는 없고 ‘이름 알리기’ 식 인물들이 많다. 이른바 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가 선거라는 이름하에 펼쳐지고 있다. 물론 경선을 거친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신감이나 정치철학도 없이 선거판에 부화뇌동하는 인물들이 준동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각 정당들도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렇지 못한 인물들이 당선되어 재판을 받고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규모를 보면 더욱 그렇다. 광역자치단체장마저 공석인 지역도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규모도 10여 곳에 달할 전망이어서 정치지형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생각보다 수준이 높다. 국정농단 사태이후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라는 과거와는 매우 달라진 극명한 정치현상을 보게 된다. 잘못 말을 꺼내면 다툼까지 이어지는 살벌한 정치이념논쟁이 국민들 사이에서 만연되고 있다. 이는 선거판에도 이어져 자칫 인물을 무시한 채 편 갈이 되어 ‘묻지 마 선거’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어쩌다가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까지 처하게 됐는지 안타깝다. 물론 중도는 말이 없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극단적인 논리로 세워진 대립의 각이 거의 증오심까지 조장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크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반목시킨 데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실 정치인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또한 감옥에 가는 부패정치인들이 정치불신을 자초한 탓이기도 하다. 정당정치의 갈지자 행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국민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은 요즘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중간평가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선거철만 되면 준동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참 일꾼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정상모리배, 정치꾼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정당정치는 민주주의의 초석이기는 하지만 정치이념과 철학, 그리고 소신에 관계없이 이합집산을 일삼는 정당정치는 미국이나 선진국의 그것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 같다. 우리가 마치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처럼 자화자찬을 할지 모르지만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볼라치면 사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틈만 나면 국민의 이름을 팔며 정당을 만들어대니 참으로 혼란스럽다. 사실 감동도 떨어진다. 다만 정치인들만 ‘새정치’라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매화타령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국민들은 이런 정치에 식상한지 오래이다. 우리나라 정치사는 창당과 분당, 간판 바꾸기로 점철된 역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다 식상한 인물들이 기득권을 누리면서 참신한 정치신인이나 참된 일꾼들의 등용문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역시 구태정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이합집산의 정치판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지난 4년 간 국민들을 위하여 무엇을 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단호한 선택이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는 선거이다. 국회의원을 뽑고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은 우리 지역의 참된 일꾼을 찾고자 함이다.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불법선거나 부정부패로 재판을 받는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현안과 주민들의 생활을 챙기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인물을 뽑는 선거이다. 굽신굽신하다가 당선만 되면 교만하게 군림하고자 하는 오만방자한 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낮은 자세로 주민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겸손한 일꾼을 뽑는 것이다. 그래서 인물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당정치의 폐해를 막고 참된 일꾼들을 찾기 위해서는 ‘묻지마 투표’나 ‘부화뇌동형 투표’가 근절되어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들의 불법 선거개입은 더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이른바 선거이후를 노리는 얄팍한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알게 모르게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선거이후 논공행상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와 수혜(?)를 입는 경우를 다반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선조직들의 불법 개입도 마찬가지이다. 공명정대한 선거에 흠집을 내는 일련의 검은 행동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경기를 보면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반칙을 하면 아무리 메달권에 들었다하더라도 현장에서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패널티를 주는 것을 보게 된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때만 값진 메달을 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민정 선수가 여자 15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따낼 때 국민들은 감동의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 것이다. 값진 승리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경기와 같은 불편부당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가리는 선거가 이번 제 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펼쳐져야 한다. 이번 선거는 정치가 바로서고 정상모리배들이 아닌 참된 일꾼들을 선별하는 멋진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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