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26일 39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191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달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 이어 발생한 참사이다. 지난 20일에도 서울 종로여관 방화사건으로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을 찾았던 세 모녀를 포함하여 6명이 숨져 세간을 안타깝게 했다. 이 모두가 화마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참사라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갖고 있다. 충북 제천화재참사도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2층에서만 무려 20명이 숨졌다. 삽시간에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대형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전에 유사한 참사가 또 발생했다. 당연히 안전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 총체적으로 만연한 안전 불감증 문제이다. 마치 “세월호의 축소판”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화재 당시 비상벨이 10분 이상 요란하게 울렸으나 비상계단 탈출을 돕는 병원 측의 대피방송은 없었다고 한다. 건물 층간 방화셔터마저 활짝 열려 있어 피해를 더 키웠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충격이 매우 크다.
이번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는 1층 응급실 쪽 화재로 1층에서는 의사 1명이 숨졌으나 2층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진 2명, 환자 17명 등 무려 19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충북제천의 참사와 똑같이 2층에서 희생자들이 집중했다. 중환자실이 있는 3층에서는 환자 9명, 5층에선 환자 8명이 사망했다. 안타까운 것은 1층 응급실 쪽에서 발생한 불이 2층 이상으로 확산되지 않았는데도 희망자의 절반이상이 2층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은 1층 내부가 탈 때 발생한 다량의 유독가스가 내부 중앙계단 등을 통해 건물 위에까지 급속히 퍼졌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이 번지지 않았는데도 유독가스로 인해 대형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충북제천 화재참사에 이어 빚어진 세종병원 참사 역시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다행히 병원과 맞붙은 5층 세종요양병원 환자 94명은 전원 대피해 더 큰 참화를 막았다. 4년 전 화재로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장성요양병원 참사’와 같은 재발을 막은 것이다. 불이 난 5층짜리 세종병원과 맞붙은 5층 규모 세종요양병원에는 당시 환자 94명이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 환자들이 모두 고령으로 치매를 앓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인근에 까지 번졌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아찔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소방당국이 피난구조대를 모두 개방하고 구조대원이 일일이 진입해 요양병원 환자들을 업고 내리며 치명적인 피해를 우려한 구조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소방관계자들조차도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의 경우 면적 규모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 등 필수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 다중이용시설 관계자 등도 평소 기본적인 안전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화재병원은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이른바 병원직원이 셀프점검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체점검결과를 ‘이상 없음’을 소방서에 이른바 제출만 하면 되는 식이다. 직원이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소방을 점검하고 있었으니 법적 문제를 떠나 과연 엄격하게 점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제천 화재에서도 마찬가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런 다중이용시설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적용했기에 요즘 그 흔한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초기에 진화를 하지 못했었냐는 지적이다. 물론 정확한 화재원인과 진단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늘 뒷북행정의 전형을 꼭 보게 된다. 그 때 뿐이다.
충북제천 참사에 이어 이번 밀양 세종병원의 참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의 악몽을 보는 듯한 대형참사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를 종잡을 수 없다. 지난 해 11월 15일 포항지진에서부터 연이어 터지는 대형참사들의 안전문제가 심상치 않다.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교차로 인근 공사장에서 건물을 철거하던 70t 크레인이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도 안전문제이다. 용인과 평택 크레인사상사고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이쪽저쪽에서 터지는 황당한 사고들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부상자들이나 가족들의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크다. 일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안전에 관한 한 세월호의 악몽과 뼈저린 교훈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이다. 이 때문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운영 및 총괄·조정하는 국가안전처까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매사가 불안한 형국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사고현장을 찾은 정치인들마저 ‘네 탓 타령’만 늘어놓고 있으니 이 또한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위로는커녕 오히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모두가 냉철하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국민고통과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지는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고 가족들이 울부짖고 있다.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되어서는 정말 안 된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절실하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오고 있는 작금의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안전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부실 대한민국의 오명을 벗기 위한 각 분야별 구체적인 안전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 길만이 국민희생과 국민불안, 국민고통을 줄여주는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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