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호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회장

소위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 대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삼지연 악단이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공연단으로 오게 됐다. 15일 열린 남북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는 모란봉 악단장으로 북측 관현악단 단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정은과 연인관계란 소문으로 더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현송월이 삼지연 악단을 이끌고 올 것이 확실시된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의 1월1일 신년사로 촉발된 남북회담은 개성공단 폐쇄로 23개월 간 단절되던 판문점 남북 직통 전화연결이 북측에 의해 복원되고 9일 회담이 성사됐다. 이번 대한민국 평창 동계올림픽은 지구촌의 눈과 귀가 모두 이곳으로 향하는 전 세계 겨울스포츠 대제전이다. 각 국의 모든 행사일정과 고위급 대표단의 말 한마디,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은 촘촘하게 짜여진 미디어 팀에 의해 전 세계로 전송케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그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올림픽이라는 대선전장을 다른 나라에 비해 벌써 월등히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3대 세습에 의한 지구상 최악의 독재정권. 강력 대북 경제적 압박과 제재에도 멈추지 않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독극물에 의한 이복형 암살,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목함지뢰 도발을 일으켜 전쟁 일보직전까지 몰고 간 상황, 고모부 장성택 등 최고위 관료 측근들의 무차별 공개처형, 연평도 포격도발과 천안함 피격 등은 북한집단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평화와는 전혀 무관한 지구상 어떤 집단인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이다.

그러나 이런 세계의 불량국가, 테러집단이 아직도 건재하다. 건재함을 떠나 핵과 미사일로 시도 때도 없이 위협하고 겁박해 댄다. 지구촌의 무법자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국제사회의 흉악한 범죄자, 범죄 집단임에도 평화올림픽, 성공올림픽, 안전올림픽을 위해 개최국 대한민국과 IOC 등 국제사회가 흉악범의 저간의 행위를 일단 묵인해주고자 한다. 용서는 못하지만 일정기간 수많은 지구촌 손님들이 찾아오는 한 가문(家門)의 잔치에 흠집을 내지 못하도록 참석을 도우며 독려하는 격이다. 그러자 흉악범은 ‘때는 이 때다’ 식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기는 고사하고, 지은 죄를 무마하고 또 다른 합리화를 모색하기 위한 몸단장과 치장에만 온통 모양을 내는 꼴이다. ‘평화’를 내세우며 최대한 몸값을 올리려고 혈안이다. 그 첫 무대가 9일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고, 15일의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 접촉이었다.

이제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북한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니면 말기’식의 술수와 우격다짐을 다할 것이다. 이미 우리가 바라는 바를 다 간파한 북이다. 약(弱)한 고리를 파고들 건 빤한 통수다. 다 해봤자 20명 내외로 보지만 북한 선수단 규모가 얼마일지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줄 잡아 400 내지 500명 선은 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2014년 가을 인천아시안게임의 소위 ‘미녀 응원단’을 통해 어떻게 선전활동을 했던가를 기억하고 있다. 이번 기간에는 당시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예술단 파견을 위해 가장 먼저 실무회담을 진척시킨 저들이다. 2015년 현송월이 이끄는 ‘모란봉 악단’이 중국 북경 공연 직전 미사일 발사 장면을 사용하려다 중국 반발로 공연이 무산된 적이 있다. 모란봉 악단은 체제수호와 당 그리고 영도자를 위한 노래들로 공연을 채우고 있다. 해서 중국에서마저 배척된 것이다. 북체제 찬양과 선전선동 도구로서의 사명에 충실한 악단이다. 이번에 ‘모란봉 악단’이 아닌 ‘삼지연 악단’이지만 이 또한 동일선상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벌써 이 예술단에 극한 호기심과 기대의 눈길로 보고 있다. 15일 판문점 예술단 실무접촉에 참석한 현송월의 웃음, 눈짓하나, 그가 지난 지갑 하나에도 별난 호기심과 자극으로 보도 된다. 우리 언론이 북한 자체를 평화의 매개로 보는 환상이지 않을 수 없다.

국민과 언론이 먼저 냉정해야 한다. 냉철해져야 한다. 저들에게 올림픽 참가무대를 마련해 준 ‘배려와 아량’을 선전장으로 삼게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우리 영해를 침범해 천안함을 피격하고, 연평도 평화스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전범(戰犯)집단이자 2천5백만 북 주민을 수용소 군도에 가둔 반인륜 집단이다. 핵과 미사일로 노골적인 국제법을 위반하고, 한반도 위기의 원인 제공자들이다.

그런 북이 지금 평화의 제전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탈’을 쓴 위장 평화공세로 선전선동을 준비하고 있다. 덩달아 함께 꼭두각시 춤을 춰서는 안 된다. 평창이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무마시키고 미화하는 선전무대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평화를 지키기 위한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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