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선거관리위원회 이재헌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아,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기에, 흘러서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도다.’ 세종대왕때 한글로 지은 책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글이다. 이 같은 의미의 사자성어는 근고지영(根固枝榮)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으로 근본이 튼튼해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겉모습만 치장한 포장력과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위기를 맞으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반면 하나씩 차근차근 다지며 쌓아올린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도 견디고 이겨낸다.

이렇듯 기초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민주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달여하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1935년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말한다.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의 생활·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지방자치가 바로 그 밑바탕이 된다.

요즘같이 10명 가운데 6명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공화국’ 시대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아파트선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기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파트선거 현장은 유권자인 입주민이 외면하여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출·퇴근 등으로 시간이 없어서’, ‘장소 여건 등이 맞지 않아서’,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몰라서’ 이유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리고 나름대로 타당하다.

그러나 유권자인 입주민들은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다. 최근 아파트비리와 관련하여 경찰청에서 조사한 결과 약 40%가 입주자대표회와 동대표에서 나온 비리라고 한다. 더군다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승강기 교체, 아파트 내 시설운영, 시설 공사업체 선정, 아파트 1일 장터 운영권 등 다양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결정의 집행은 입주민이 내는 관리비를 통해 집행된다. 이렇듯 아파트선거는 입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입주민들이 그동안 아파트선거를 외면하였던 주요 원인들을 해결하고 선거 과정에 보다 관심을 가지게 하여 입주민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온라인투표(K-Voting)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선거인이 장소에 관계없이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손쉽게 투표할 수 있는 온라인투표는 아파트 대표자·임원선출 투표뿐만 아니라 아파트 관리방법의 결정,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 찬반투표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비용은 2,000세대 미만의 경우 1세대당 770원의 이용요금이 발생하지만 대전광역시 관내 아파트의 경우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와 대전광역시청이 2016년 체결한 「공동주택 선거지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통해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온라인투표는 아파트선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용 사례를 통해 그 편리함과 안정성이 입증되었다. 대한의사협회 107년 역사상 처음으로 제38대 회장 선거에 이어 제39대 회장선거를 온라인투표로 진행하였고,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선거는 직업 특성상 해외장기 체류자가 많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투표로 인해 98.3%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역시 공직선거 후보자 경선 및 당대표 등 경선에서 온라인투표를 이용하는 등 온라인투표의 확산 전기를 마련하였다.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는 요즘,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아파트선거부터 그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게 하는 큰 과업이 우리 손에 남아 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투표서비스 제도를 통해 가장 가까이 있는 아파트선거부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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