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때문이다.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도 시끌벅적하다. 이번에는 미국이 송유관을 막으라고 주문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사일개발에 혈안이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핵을 장착하여 전쟁불사의 위기감을 조장하고자 하는 뜻이다. 이른바 핵전쟁을 염두에 둔 미사일개발이라는데 그 충격과 파급효과는 날로 커지고 있다.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아니다 설왕설래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이번에 쏘아댄 미사일이 성공적인 발사라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틈만 나면 미사일을 쏘아대며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반응은 극도로 격앙되어 있다. 트럼프의 막말은 여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북한 김정은을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고 불렀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후다. 김정은 이에 질세라 트럼프를 ‘망령된 노인’이란 말로 반격했다. ‘로켓맨’에서부터 ‘병든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말싸움이 극단을 치닫고 있다.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감정의 골이 깊어만 가는 듯하다.
당사국인 우리들의 모습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살펴보면 도발의 심각성을 실감하면서도 만성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국제사회가 벌꺽 뒤집혀 난리가 아닌데 정작 당사자들인 우리들은 생각보다 차분하다. 그러면서도 전쟁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을 접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미사일을 미국이 그냥 놔두고 볼일이 없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평화를 바라지만 전쟁불사의 강경입장으로 돌아선다면 자칫 엄청난 파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하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대통령도 나서서 틈만 나면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독단적으로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신형잠수함 구축소식까지 들리니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과연 어떠하겠는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불안감이다. 북한의 전력이 이 정도인데 세계 10위권의 국방예산을 쓰는 우리는 과연 어디에 와 있는지 무력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전략자산 뒤에 의지하여 안보를 말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어딘지 빈궁하다. 늘 신무기 구입한다는 말만 무성하다. 당장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구축해나가며 평화를 위협하는 행각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에는 충격적인 보고서까지 등장하여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미사일 타격 표적으로 세계 15곳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가 11월 22일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노리는 표적은 민간ㆍ군 시설에 대한 구분이 전혀 없다. 이 보고서는 김정은의 북한 정권 장악 이래 북한 관영 매체들로부터 나온 보도 내용을 분석해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핵이나 특정되지 않은 무기로 노리는 표적은 서울ㆍ부산은 물론 미국 본토, 미 하와이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들이 포함된다. 평택, 청원, 대구, 충남 계룡시의 계룡대도 대상이다. 핵미사일 타격 대상으로 이런 지역을 선정해 놓고 준비를 하고 있다니 참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더욱 혈안이 되어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이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때를 맞춰 미국 F-22 랩터 6대가 연합훈련차 방한했다. 美전략무기 속속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스텔스라는 첨단 기능이 들어가 있는 F-22 랩터는 상대의 레이더와 모든 탐지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 전투기로 오산에서 평양까지 10분이면 도달한다. 이외에도 각종 최첨단 전략폭격기들이 전개된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고강도 대응조치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참으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는 형국이다.
전쟁이 나면 핵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너무나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유엔연설을 통해 "만일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 놓았다. 이에 열 받은 김정은은 "사상 최고 초강경대응조치"를 하겠다고 대응 성명까지 발표하며 맞서고 있다. 일말의 대화의 여지도 없이 극한을 치닫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마치 샌드위치신세가 되고 있다.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미국의 독단적인 행보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미양국의 전략적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위기감은 상존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런 북한의 행태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늘 전쟁과 다툼의 선상에서 핵폭탄놀이를 일삼고 있는 형국이 마냥 불안 불안할 뿐이다.
전쟁이 나면 그동안 피와 땀으로 이루어놓은 모든 것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승자는 없다. 남북한 모두 초토화될 것이다. 이 같은 불행이 닥친다면 이는 한마디로 재앙이자 비극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한반도가 불행과 공포의 장으로 변하는 전쟁은 안 된다. 미국과 북한과의 말싸움, 감정싸움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새벽부터 눈을 뜨면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이러다가 정말 전쟁이 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비상이다. 우리가 평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전쟁으로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 찬란한 금자탑이 전쟁으로 무너질 수 없다. 이 땅에 두 번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평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강경한 대립을 넘어 민족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한 진정한 대화와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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