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 출동!! 구급출동!! 동부소방서 구급대 출동하세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출동 벨이 울린다. “법동119안전센터 소방차는 펌뷸런스 출동이니 구급대와 함께 출동하세요.” 이어지는 벨소리와 함께 소방차도 구급차를 뒤따라간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학생을 운전자가 미처 발견치 못해 발생한 교통사고이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부상당한 학생을 신속히 응급처치하고, 소방대원들은 만일에 있을 제2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차 비상깜빡이를 켜고 교통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펌뷸런스 출동’은 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이는 펌프차(소방차의 한 종류)와 앰뷸런스(구급차)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복잡한 교통사고 현장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혹여 있을지 모르는 제2, 제3의 피해를 막고자 소방대원들이 구급대원들과 함께 출동하는 소방서 현장출동대응 시스템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시민들의 생명을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하고자 고안해 낸 소방조직의 안전정책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방관들의 바람과는 달리, 소방관을 향한 시민들의 반응은 때때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곤 한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는 자동차, 또 보란 듯이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는 시민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방대원들은 골든타임 내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사고위험을 감수하는 위험천만한 운전을 감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1천700여건의 소방차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일보불양(一步不讓)이라 했던가? 최근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소방차가 골든타임 내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64%가 일반차량이 비켜주지 않거나 불법 주·정차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방차량의 긴급출동을 양보하지 않는 경우에는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 고의로 소방차량의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있지만 모든 시민의 과오를 처벌규정으로 다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펌뷸런스’...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이지만, 시민을 위하고자 하는 소방대원의 염원을 표현한 새말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방차 길 터주기에 동참할 때, 이 새말이 빛을 발하지 않을까?


<오승훈 대전동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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