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은 안보와 평화를 빙자한 한마디로 무역 외교였다.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기본으로 깔고 아시아 행보를 이어갔다.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그 최종 의도를 명확히 했다. 무역불공정과 보호무역주의의 천명이다. 그러나 이 회의는 결국 다자 무역체제를 지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은 세일즈외교로 일본과 한국은 대량무기구매를 얻어내고 중국으로부터는 방중 첫날부터 10조 원의 무역계약을 체결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아가 무려 2535억 달러 우리 돈으로 283조원의 천문학적인 경제협력규모를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방중기간동안 불과 2박 3일 만에 끌어냈다. 이는 양국경제협력의 새로운 기록이자 사상유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맞이해 중국은 무역과 대북 압박 분야에서 다양한 성의를 보였다. 심지어 자금성(紫禁城) 문을 완전히 걸어 잠가놓고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광장을 통째로 비우고 트럼프를 환영하며 황제의전을 베풀었다. 북한문제의 해법을 찾으러 다니는가 싶더니 이내 무역불균형을 논하며 실리를 취하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다시 말해 국익우선주의의 시각을 접하다보니 과거 일본을 ‘이코노미컬 애니멀( Economical Animal, 경제적 동물)’이라고 칭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더하면 더했지 그 이하는 아니다. 참으로 대단한 장사꾼 수완이다. 이게 바로 국익을 위하는 철저한 마인드가 아닌가싶어 역으로 부럽기도 하다. 지도자의 이런 자세가 자국민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비췄을까 자못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인색하고 교만하며 안하무인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일본 방위력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해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구입하겠다”며 아양을 떨었다. 아베는 이미 이방카에게 여성 기업가 지원기금(이방카 펀드)에 57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557억 원의 거금을 기부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위해 갖은 애교를 다 부렸다. 고통받는 위안부문제에는 10억 엔(100억 원)을 지출하며 인색했던 아베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수십억 달러, 즉 수조원의 무기를 구입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한발 더나가 이런 무기구입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법임도 강조했다. 물론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인 한국과의 안보동맹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는 원칙은 재천명했다. 주변에 항공모함 3척이 머물러 있음도 강조했다. 북한에게 미국을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장도 던졌다. 어떠한 북한의 위협도 동맹인 대한민국을 위하여 대처할 준비가 완료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한미정상은 미사일 탄두중량을 제한하는 것도 해제했다. 우리로서는 이른바 족쇄를 푼 기분이긴 하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힘의 논리, 무기구매가 중요함을 트럼프는 강조하고 한국순방을 마쳤다.
25년 만에 미국대통령으로서 국빈 방문한 트럼프는 1박 2일의 짧은 방문기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리를 추구하는 미국우선주의의 세일즈외교는 추호의 흔들림이 없이 철저했다. 일본에서도 그랬다. 중국은 아예 보따리를 다 풀어 제치고 트럼프의 입을 막아버렸다. 북한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중국이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종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굽실거리며 아양 떠는 전형적인 저패니스 스타일인 일본 아베와 통큰 장사꾼의 모습을 보인 중국 시진핑을 보면서 왜 이들이 이처럼 트럼프에 저자세 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일본과 중국이 더 큰 실리를 얻기 위한 양보포석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른바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는 속셈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의 방한에서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과연 어느 수준이었나를 살펴보자.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아니 우파와 좌파로 나뉘어 환영과 반대의 극명한 행각을 보였다. 이념대립의 현장처럼 비춰졌다. 물론 진보가 모두 좌파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안보의 축을 담당하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지 궁금하다.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것인지 그 실체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다수 국민들이 헷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국회연설에서도 진보정당의 알만한 의원들은 박수도 치지 않고 시종일관 ‘똥씹은’ 표정이었다. 왜 그러는지를 밝혀야 한다. 자신들이 말하는 ‘반공교육’이라 그런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러면 ‘찬공교육’을 하면 박수를 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가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면서 얻을 이익이 무엇이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 문제는 보수진보, 우파좌파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느냐 북한 공산주의를 지향하느냐 하는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정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야, 진보보수, 좌파우파를 떠나 국익의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안위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떠나 국가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이적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만약에 북을 이롭게 하는 세력들이 국회에 앉아 나라의 안위를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다름 아닌 애국이 아닌 매국임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한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쏘아대며 우리를 위협하는데도 입 한 번 뻥끗하지 않으면서도 유독 미국이라는 나라가 등장하면 게거품을 물고 똥씹는 표정을 짓는다면 무엇이 못마땅한지, 무엇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지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최소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가전복세력인지 아니면 국가발전세력인지, 반대를 위한 반대세력인지,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것이 보기 좋아서 그런지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지를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이번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바라보면서 다 퍼주는 듯 보인 일본과 중국의 깊은 속내를 보게 된다. 우리보다 훨씬 높은 단수와 셈법으로 국익을 위해서는 체면을 차리지 않는 이들 국가들이 오히려 미국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국익을 무시한 채 반대를 위한 반대, 색깔이 드러나는 반대는 수준이하로 국민들에게도 그다지 호응을 받기 어렵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익을 무시한 투쟁불사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과 중국과 확연히 다른 사회구조의 일단을 보게 된다. 비굴한 일본과 헤픈 중국, 이들 나라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생각하고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행간의 뜻을 정확히 읽어볼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트럼프 순방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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