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국민정신건강이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신질환문제는 편견 때문에 상당히 폐쇄적인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 사실이다. 인식개선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5월 30일 새로운 정신건강복지법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정신문제를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이른바 정신질환 오픈시대이다. 물론 아직도 법과 관련해 논란은 많지만 정신질환은 이제 감추는 시대가 아니라 감기처럼 당당하게 치료를 받고 처방을 받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도 정실질환실태역학조사에서도 정신건강의 심각성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한명은 평생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질환의 평생유병률은 25.4%나 되고 있다. 특히 지난 일 년 간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은 11.9%인 470만 명으로 추산됐다. 주요정신질환증세는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스팩트럼장애, 알코올사용장애, 니코틴사용장애, 자살 생각 및 시도 등이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은 우울증은 지난 1년간 61만 명이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우울한 기분과 흥미상실, 식욕과 수면변화, 피로, 자살생각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직업 상 곤란을 겪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국민정신건강문제의 심각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조기치료차원의 장단기적인 대책도 제시돼 있기도 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의 정신질환 진료실태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어 국민정신건강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지러운 세상 탓인지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정신질환(상병코드 F00~F99)으로 진료를 받은 국민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6년 정신질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정신질환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국민은 266만 명으로 2012년 232만 명 대비 14.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총 진료인원은 무려 1,227만 명에 달했고, 이들이 병원 진료를 위해 사용한 금액은 13조 5,443억 원이었다. 병원을 찾은 국민 1인당 평균 금액으로 환산하면 110만 원 정도를 진료비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이다.
정신질환 진료증가와 더불어 진료비 역시 해마가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70대가 214만 명으로 17.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병코드 F00(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및 F02(달리 분류된 기타질환에서의 치매) 진료기록이 많은 이유로 분석된다. 2017년 현재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 치매 환자는 약 72만 명 수준이다. 70대에 이어 50대 국민이 209만 명으로 17%, 60대 국민이 186만 명으로 15.2%, 40대 국민이 162만 명으로 13.3%의 비율을 보였다. 10대 이하의 연령에서도 전체의 7.8%인 100만 명 정도가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는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는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요인과 고령인구의 증가가 주요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치매국가책임제가 도입되어 국가가 치매에 대한 새로운 진료개념 시대를 맞고 있다. 치매예방과 치료, 간병 등의 문제가 다각적인 방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이런 정도가 되면 노인들은 위한 정신관련 병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연령별로 노령 층의 치매를 제외하더라도 10대들의 정신건강도 생각보다 심각하다는데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무려 100만 명 정도가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이른바 학생정신건강이 빨간불이 켜졌다. 물론 학교에 대한 고민거리와 학교폭력, 공부, 학교복귀 등에 대한 것을 상담해주는 기관인 위센터가 운영이 되고 있다. 교육청이 학생정신건강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소년 정신건강의 심각성은 생각이상이다. 최근 중학생들의 학교폭력의 잔인성이나 이들로부터 가해를 받은 피해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해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청소년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좀 더 진취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학생정신건강의 실태와 원인, 문제점 진단, 처방대책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정신분야에 대한 접근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문제점을 비롯하여 국립정신병원의 방만한 경영, 정신질환 대상자들의 탈원화에 따른 생활시설 등의 확충문제,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의 의료수가와 식대차별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신질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전근대적인 정신분야차별이 버젓이 성행하며 마치 정신질환에 따른 각별한 정책이 시행되는 양 한다면 이는 이율배반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비상등에 커졌음이 재삼 확인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아주 중요한 국민정신질환 진료 실태가 파악되었다고 본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이 일반 국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인식개선과 편견해소, 차별 진료를 철폐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정신건강이 정말 심상치 않다. 국민정신건강이 비상인 만큼 실질적인 비상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구호뿐인 정책이나 포장은 국민정신건강에 관한한 경계 대상 1호이다. 탁상공론과 구호의 정신건강정책은 고통을 외면한 적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