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국민들의 기대와는 전혀 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올해 국감은 20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12일 시작돼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이번에도 낙제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정치적 이견과 대립으로 툭하면 고성과 파행, 심지어 보이콧 사태까지 벌어지기 일쑤다. 여기에 묻지마 증인신청과 무더기 자료 요구, 한탕주의 폭로와 막말 등의 일부 구태도 여전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나라 살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비판하고 감시하는 게 그 목적이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가 안보가 초위기 국면이다. 그 와중에 미국발 통상 압력과 중국의 집요한 사드 보복으로 경제의 기반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국감을 통해 정부의 위기 관리 실태를 살펴보고 머리를 맞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데 이런 국민적 여망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상대 세력 과거사 들추고 흠집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하긴 낙제점 국감은 이미 시작 전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적폐청산을 국감 기조로 삼았다. 지난 박근혜 정부 뿐 아니라 그 이전인 이명박 정부의 ‘묵은 적폐’까지 파헤친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보고 조작과 국정교과서 파동, 사이버 사령부 댓글 공작 등을 끄집어낸 건 이런 맥락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가만 있을 리 없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와 안보 무능 등을 ‘신(新)적폐’로 규정하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 수수 의혹 재조사 요구까지 들고 나왔다. 안보 위기에 민생까지 망가지고 있는데 국감은 진영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감에 대한 여야의 자체 중간 평가다. 민주당은 성실한 준비로 내실있는 국감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국감을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부실국감’ 책임을 떠넘겼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여당의 ‘오만’을 부각시켰다. 제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가시만 탓하고 있는 꼴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제라도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 국감이 될 수 있도록 자성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국감을 굳이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 논의만 무성할 뿐 실행이 늦어지고 있는 상임위별 연중 상시 국감 체제 등 제도 변화가 화급하다. 무엇보다 여야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생산적 정책 국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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