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안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보다 수사 범위와 대상자를 축소하는 등 부정적인 요소도 적잖다.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과 검찰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 취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공수처장 임명에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한 것은 법무부안에서 돋보이는 내용이다. 개혁위안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임명토록 했으나, 법무부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후보 2명 중 1명을 선택하면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하는 식으로 바꿨다. 공수처 수사에서 국회의원의 입김을 배제한 것도 잘한 일이다. 일정 수 이상의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공수처가 의무적으로 수사하게 돼 있는 의원 발의 법안 규정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둘 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필요한 요건이다.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 심사위원회’가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앞서 사전 심사토록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봐주기 수사’를 막을 수 있는 장치여서다.

하지만 수사 대상자를 중앙행정기관 등의 고위공무원단(개혁위안)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 축소한 건 문제다. 수사 범위를 모든 범죄에서 재직 중 저지른 특정 및 관련 범죄로 제한하고, 수사 대상기간을 퇴직 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검찰청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역시 같은 제약을 받게 됐다. 아울러 6년에 연임 제한을 두지 않은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3년에 3회 연임으로 한정해 근무여건 또한 개혁위안보다 불안정해졌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각 정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국민 염원에서 공수처 설립이 시작됐음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검찰을 정상화하려면 공수처가 제 기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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