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이학박사 장안철

지난해 9월14일 독일 제약회사인 바이엘이 미국 농업기업 몬산토를 약 74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만 해도 600여개에 달했던 글로벌 종자회사들은 글로벌 대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재편에 따라 이제 5개 기업이 글로벌 종자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 5개 기업은 세계 종자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게 되었고, 앞으로 독일, 미국, 중국 3국간의 글로벌 종자 전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어서 세계 각국의 종자와 종자개발 기술 종속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종자기업이 세계시장을 선점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종자개발 기술이었다. 기존의 종자개발 기술은 단순한 교잡을 통해 생산된 후대 가운데 인간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종자를 선발해왔다. 이 기술은 교잡과정에서 인간이 원하는 특성만을 선별 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확률이 낮고, 또한 원하지 않는 특성도 함께 도입되거나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 변형 및 재조합 등을 동반함으로써 새로운 종자개발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편, 최근 생명공학 발전에 힘입어 생물의 수많은 유전자 기능과 원리를 밝히고, 이해하게 됨에 따라 생명공학기술기반 종자개발은 과학적으로 이미 밝혀진 기능의 목적 유전자만을 선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기존에 비해 더 효율적으로 원하는 특성을 가진 새로운 종자 개발이 가능해 졌다.

이렇게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종자를 유전자변형종자라고 하는데, 이런 종자개발 기술의 차이를 두고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은 예전부터 안전하다 여기고 받아들여져 왔던 기존 종자개발 기술로 생산된 산물과 식품에서도 독성물질이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 을 확인해 식품의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식품에 대해서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위해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반영해 기존 식품대비 최소 50개 이상의 안전성 관련 항목을 추가해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과학자를 통해 접한 소식에 따르면 일본의 몇몇 농가가 소득증대를 위해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 성분을 가진 유전자변형 벼의 일반재배를 요청해 왔다과 했다. 일본에서는 국민의 30%가량이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 받고 있어 이를 치료하는 성분함유 유전자변형 벼를 개발해 안전성심사를 통과해 일반농가도 재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래 생명공학기술은 인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할 암 치료제, 아토피 치료제와 같은 의약품 생산 작물은 물론 화학비료를 조금만 주어도 잘 자라는 친환경 작물도 개발해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등 글로벌 종자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농업생명공학산물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 보다는 이와 같이 미래에 다가올 기회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민 안전과 국가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업인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미래에는 농가의 소득원이 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자세로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을 버리고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사실에 입각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은 생명공학 농산물을 언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또한 국가 정책은 과학에 근거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이 국익에 대한 것임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농업생명공학기술 개발을 위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생명공학 종자개발과 안전성 평가 기술개발을 위한 관련분야의 연구개발 투자와 노력을 지속하되, 이 과정에 소비자, 농업인,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며, 산업 성장도 가능한 전략과 규제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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