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의 불신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가습기 살균제에서부터 살충제 계란, 생리대문제, 유럽산 고기의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국민안전을 도외시하는 상술과 수준이하의 늑장대응행정의 백미를 보고 있다. 당연히 식품 안전도 믿지 못하고 용품의 안전도 믿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먹걸이에서 생필품 전반에 불신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살인적인 가습기 살균제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문제가 어느 정권에서부터 시작이 됐던 문재인대통령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이는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린 아기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에 살충제 계란까지 국민들의 식탁을 위협하며 그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먹어도 괜찮다는 발표까지 하는 데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정부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가 하고 국민들의 실망감이 매우 크다. 발표한데로 먹어도 괜찮으면 왜 폐기하고 전수조사하고 난리를 피우는가 묻고 싶다. 어불성설이자 이율배반의 모순이라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는 화학물질 생리대까지 난리가 아니다. 여성연대를 중심으로 집단소송도 전개되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자진해서 소송비도 내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과 피해사례들이 접수되고 있어 향후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서 또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전수조사라는 말이다. ‘모조리 조사’한다는 뜻이다. 살충제계란에 등장한 전수조사가 또다시 생리대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 얘기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면 살충제 계란처럼 부적합 업체나 제품들이 추가로 들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번 살충제 계란의 전수조사과정에서도 ‘ 눈 가리고 아웅 하다’ 들통이 나 재조사를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안의 중대성도 인식하지 못한 어리석은 행태에 국민들의 분노와 질타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것이 국민 불신으로 이어졌다. 살충제계란의 전수조사가 끝나고 추가로 적발된 3곳을 포함하여 52곳의 농장명단이 부적합으로 공시되고 있는데도 시중에 나온 계란들에 대한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유럽의 ‘ E간염 소시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안감과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유럽 언론들은 영국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하는 원인이 수입산 돼지고기와 이를 가공한 육가공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만들어 판매 중인 소시지와 햄이 주범으로 지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따라 유럽산 햄과 소시지의 유통을 잠정 중단하고 제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E형 간염은 오염된 물·음식 등을 통해 감염되며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되고 옮기는 인수 공통 전염병으로 증상은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7~10일 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나타난다. 초기에는 황달이 나타나고 그 뒤를 이어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 설사, 가려움증 같은 증상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즐겨먹는 식품이어서 더욱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이다. 대형매장에 먹음직스럽게 즐비한 가공육제품들이다.

당연히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3사는 독일과 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원료로 만든 가공육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스페인산 하몽과 살라미 등 유럽산 가공육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철수시키는 장면을 보면 지난번 살충제계란 치우는 장면을 재현하는 듯하다. 왜 이런 모습을 소비자인 국민들이 지켜보아야 하나 싶다. 살충제 계란도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에서부터 촉발하여 불통이 튀더니 이제는 육가공제품까지 그러니 유럽만 쳐다보며 식품안전을 논하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는 시중의 반응들이다. 어쩌다 우리나라 식품안전이 이런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답답하다. 유럽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먹고 있을 살충제 계란과 오염 육가공식품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을 위한 식품안전이 이정도 수준이라면 이는 적폐청산대상이다.

식품안전에서부터 생필품의 안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불신의 대상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농산물조차도 엉터리이니 소비자인 국민들이 무엇을 믿을 것인지 불문가지이다. 엉터리 인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도록 방조한 정부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가 믿을 수 없다면 새판을 짜야 한다. 임시미봉책으로 시간이 지나면 진정이 되겠지 하는 꼼수가 있다면 이런 사고방식에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바로 그곳이다. 그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했기에 이 정도로 엉터리로 식품안전과 생필품의 안전을 외쳐 왔는지 명명백백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바로 여기도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금 식약처는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이 난 형국이다. 국민 불신과 불안의 확산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면에서는 일본이 선진국인데 어찌 조용한 것을 보면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분명 먹걸이를 가지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무슨 이유라도 용납할 수 없다. 차제에 시중에 유통되는 의심 품목 모두를 ‘모조리 조사’ 즉 ‘전수조사’하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의심스러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은 ‘전수조사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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