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살충제 계란으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빠져 있다. 빅뉴스들조차도 살충제 계란 뉴스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전 국민이 받아들이는 충격을 상상을 초월한다. 한마디로 식품 행정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충천하다. 또한 살충제 계란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조차도 부실하게 하다가 들통 나서 다시 조사하는 무사안일의 대처 자세를 보면서 또 한 번 국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 마치 세월호 사건의 어처구니없는 행정행태를 보는 듯 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연히 농림식품부와 식약처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마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어영부영 넘어가려다 된 통 걸려든 형국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농가 전수조사 과정이 부실했음을 장관마저 시인했다. 이 때문에 121개소를 다시 조사하고 결국 2개가 살충제 농장이 추가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불신을 자초한 한심한 행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온 나라가 난리가 아닌데도 이 난국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공직자들의 배짱이 참으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정신자세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전수조사 부실에서 드러난 전모를 살펴보면 이게 말이 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전수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료 채취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 중 무작위로 샘플을 채취해야 하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양계장 진입 자체를 하지 못하고 경기 양주와 충북 보은 지역 등 일부 농가에서는 직접 시료 채취 대신 농장주가 전달해 준 계란을 가져왔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 농가 농장주들은 “조사 직원들이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나오라고 했다” “전날 전화가 와서 ‘미리 계란을 준비해둬라’고 안내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러니 전수조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에도 ‘나 몰라라’ 하다가 살충제 계란 사태가 불거진 지난 14일부터 부랴부랴 조사에 들어가 사흘 만에 전수조사를 마무리 한다며 부실조사를 해 대고 있으니 이 발표를 믿고 이제 안심해도 된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이를 믿겠는가 생각해 보라. 살충제 계란 발생도 충격인데 이를 파악해 가는 전수조사과정 조차도 엉망으로 하다가 들통이 나니 이게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이런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행정행태는 살충제를 마구잡이로 쓴 농가의 불감증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동안에 얼마나 두루뭉술해 왔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총체적 부실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하던 생소한 이름을 접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Bifenthrin), 플루페녹수론(Flufenoxuron0), 에톡사졸(Etoxazole), 피리다벤(Pyridaben) 등이 바로 그것이다. ‘비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은 벼룩 또는 진드기를 잡는 살충제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체에 치명상을 준다는데 있다. 일상생활에서 '피프로닐'을 피부 등에 직접 접촉한 사람들의 건강을 확인해 봤더니, '10명 중 9명꼴'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두통과 현기증이 가장 많았고, 눈과 소화기, 호흡기, 피부질환이 뒤를 있고 있다고 한다. 바퀴벌레나 벼룩 진드기 등을 잡을 때 사용하는 맹독성 화학물질이자 위험천만한 백색분말 살충제이다. 동물용 의약외품 관련법에 따라 닭에 대해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다량 섭취할 경우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이 일어나며, 간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페트린’도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로 닭에 기생하는 이를 잡기 위해 쓰이지만 인체에 과다 흡수되면 두통, 울렁거림, 구토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바로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장식 축사인 이른바 배터리 케이지 사육방식이 문제로 지목된다. 이른바 동물복지를 외면한 잔인한 사육방식이 불러온 “인재에 다름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친환경인증의 남발과 엉터리 해썹 지정이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 가운데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은 곳이 무려 31곳이나 나왔다. 이들을 포함해 친환경 인증 기준에 미치지 못한 농가는 총 68곳이었다. 전체 친환경 농가 683곳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 중 29개 농장이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았다. 해썹은 식품 원재료부터 생산과 제조, 가공 및 조리, 유통 등의 과정에서 위생을 관리하는 체계로서 식약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인증을 부여하고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받았다. 아니 내주었다. 닭장처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대목이다. 살충제 계란이 인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알면서도 묵인 내지는 방조하는 행정의 불감증과 부패행정의 커넥션을 엿볼 수 있다. 철저히 가려내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안이 매우 중대하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 농장만 조사해서 지금부터는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간단치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잔류 살충제 검사항목이 정부는 27종인데 이 기준대로 검사한 곳은 7곳이고 강원도와 인천, 충북, 경남은 19종, 대전과 제주는 23종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실조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똑 같은 검사가 이루어져야지 마땅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새로 확인된 살충 성분인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은 검사도 하지 못한 곳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더욱 신중해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나 축산농가, 인증기관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해저드가 극치를 이룬 인재이자 ‘간접살인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살충제를 뿌려대면서 친환경의 거짓으로 포장하여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건강을 해쳤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에 다름이 아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즐겨먹던 국민식품 계란이 과연 얼마나 많은 해악을 입혔을까 생각하면 전율을 금할 수 없다. 먹거리를 가지고 이런 추악한 짓을 한다면 누구를 믿고 식품안전을 논할 수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비단 계란만이 그럴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유사한 경우를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과거 중국산 장어파동도 잊지 않고 있다. 늘 항생제 투약문제가 불어지고 있는 양식장들의 문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이외에 다른 곳의 식품도 안전하다고 장담을 할 수 없다. 국민 불신과 불안, 불감증 등을 자초한 대한민국의 총체적 식품안전부실 행정은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정신이 바르지 못한 관료들의 의식도 문제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과 식품안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도 너무도 잃었다. 이미 먹은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국민건강이 걱정되는 요즘이다. 전 국민들의 건강도 전수조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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