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란계 농장 1천23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계란 살충제 성분 전수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사결과 전국 49개 농장의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면 안 되는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 49개 농장에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계란은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일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검사가 진행되면서 부실조사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전수조사 기간을 8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3일 만에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에 1천239개 농장을 상대로 사흘 만에 조사를 끝낸다는 계획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부실조사 논란이 나온 것이다.

조사 일정에 쫓겨 조사관이 농장을 직접 방문해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하지 않고 농장에서 미리 골라 준비해둔 계란을 받아 검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을 대표가 각 농장에 마을회관으로 계란 한 판씩을 들고 오라고 한 뒤 한꺼번에 수거해 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농장에서 살충제가 사용됐다면 농장주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농장에서 가져온 계란으로 샘플을 바꿔치기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일부 농장에서는 공무원의 시료 채취를 방해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기본적인 검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다 보니 조사결과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할 주무 부처는 가장 기본적인 발생농장 명단과 통계 수치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번 계란 사태는 정부의 뒷북 대응에 수습과정의 혼란이 겹치면서 화를 키웠다. 최종 검사결과는 나왔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지켜본 국민들의 먹거리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일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는 농장의 계란은 재조사하고 구멍 난 친환경 인증제도와 허술한 살충제 관리 시스템은 이참에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계란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하고 산란계 축사 환경 개선을 약속한 만큼 신속한 후속 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농축산물 관리 컨트롤타워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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