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계농가가 생산한 달걀에서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 마트들은 매장에서 달걀을 치우고 판매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살충제 달걀은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생산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이 더욱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정부는 출하를 중단하고 전국 양계농가 1230여 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1차로 245곳에 대한 조사를 마친 16일 현재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5곳으로 늘어났다. 아직 1000곳 가까운 농가가 조사를 앞두고 있어 살충제 달걀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7일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어서 이후에는 안전이 확인된 제품만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양계농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으로 최근 유럽에서 문제가 된 것과 같은 성분이다. 피프로닐은 독성이 강해 닭.오리 등 식용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고 비펜트린은 발암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살충제 달걀 논란은 지난해 8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올 4월에는 박용호 서울대 교수가 '유통달걀의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양계농가 61%가 진드기 퇴치를 위해 농약을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즉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식품안전의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심지어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이 난 직후인 지난 10일에도 "국내산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직무 태만과 안이한 대응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대부분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라는 점이다. 3000마리 이상 닭을 키우는 산란계 농가 1060곳 중 73%가 친환경 인증 농가라니 친환경 인증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뤄지는지 짐작게 한다. 친환경 인증의 절차와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차제에 가축 사육방식을 개선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은 좁은 공간에서 과다한 개체수를 밀집해서 기르다 보니 위생관리가 취약하다.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나 맹독성 살충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식품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근원적인 축산위생 대책도 함께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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