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8월 초에 사나흘 휴가를 내서 맛있게 쉬었습니다. 짧았지만 낯선 곳의 바람을 쏘이고, 오랜만에 두툼한 소설책도 읽어냈습니다. 그런데, 입술이 부르트고 오히려 비실비실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퇴적한 생각들을 발라내는 나른한 혼곤 상태로 맘껏 편히 늘어져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쉬는 일도 힘이 드는 건가 봅니다.

장마 끝나고 찜통더위가 이어지더니 아침저녁 새로 조금 나아지는가 싶습니다. 다음 주가 처서(處暑)이니 햇볕은 따갑지 않고, 풀은 더 이상 자라나지 않겠지요. 단독주택에 살다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사정없이 자라나는 풀들과의 전쟁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달콤한 쉼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할 일은 많은데, 맘같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 많습니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격절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바쁜 일상과 과도한 업무, 부족한 수면 등으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경미한 스트레스는 때로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지만, 지나치게 과하면 건강은 물론 좋지 않은 결과들을 낳게 되지요.

그러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름의 비밀병기 한두 가지쯤은 갖고 사는 거 아닐까요. 삐쭉빼쭉 제 멋대로 솟아난 나뭇가지 자르기, 손바닥 만한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아 잡초 뽑기 같은 단순 노동에 몰입하는 나름의 방법으로 위안을 받으며 해소를 하곤 한답니다. SNS에 오른 비법에는 기분이 풀릴 수 있는 친구에게 전화하기, 음악 듣기, 가볍게 명상하기, 심호흡 몇 번 해주기, 크게 한번 웃어보기, 가벼운 스트레칭하기, 메신저 험담(채팅), 껌을 씹거나 오징어 씹기 등이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스트레스는 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로어 타임(floor time)을 아시나요. 심리학에서는 무언가에 몰입해서 흠뻑 취해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가만히 따라 부르는 일, 웃긴 동영상이나, 귀여운 동물사진, 재미있는 웹툰을 읽는 것도 플로어 타임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또 있습니다. 빵 반죽을 끝내고 분할하기 전에 잠깐 발효시키는 공정라고도 한답니다. 옛날 빵공장에서 바닥에 발효상자를 두고 발효시켰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발효시간은 10-30분 정도이며 이렇게 하면 발효의 점착성을 줄이고 숙성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충분히 물을 넣고 반죽하여 플로어 타임을 좀 길게 하는 것이 좋은 빵을 만드는 비결이라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때때로 서두르는 습관과 불안감을 인정하고, 푸른 자연에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정을 추가하며 몰입해서 흠뻑 취하는 경험을 해 보는 것입니다. 자신을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농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잠시 돌아보세요. 지금의 삶이 버닝아웃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적어도 30분 이상 플로어타임을 가져야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플로어 타임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효과가 두 배가 된다고 하니 옆에 있는 누군가로 인해 두 배, 세 배, 그 이상의 행복한 시간, 나날들을 만들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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