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통업계에 만연하고 있는 대표적 병폐인 ‘갑질’ 척결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이고 악의적인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내년부터는 의무적으로 3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유통업체에 물리는 과징금도 기준 금액과 상한액 모두 현재보다 배로 늘리기로 했다.

공정위가 이 같은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유통업계의 불공정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품금액 부당 감액을 비롯해 부당 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납품 가격 후려치기 및 늑장 지급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갖가지 갑질이 자행되고 있으나 수위가 약해 제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이런 어려움을 의식한 듯 대책 발표 때 “법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메워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불공정행위 근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이 되고 있다. 다만 ‘3배 이내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된 까닭에 실제로 3배 배상이 이뤄지는 판결은 아주 드물었다. 이에 시민·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흉내만 내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손해액의 3배를 자동으로 의무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반사회적 행위를 한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제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따라서 공정위가 이번에 마련한 3배 배상책임 의무화와 과징금 확대 등은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의 갑질 근절은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기도 하다. 정부는 징벌적 손배제 강화를 계기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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