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의 서북단에 위치한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레드우드 즉, 미국 삼나무가 매우 유명하다. 이 공원의 레드우드는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자라며 특히 아주 큰 키를 자랑하는데 최소 수십 미터에서 그중 높은 것은 일백미터 이상 자란다. 세계 최고 높이의 나무도 이 공원차지다. 이 공원은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장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그만큼 미국에서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나무는 끝없이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고 있지만 다행히도 산은 높지 않아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아 숲을 거닌다. 숲속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은 아주 작은 동물처럼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큰 키를 가진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야만 오랜 시간 폭풍과 모진 자연환경을 이겨낼 수 있지만 이 레드우드들의 뿌리는 고작 2~3미터 정도의 길이 밖에 되지 않는다. 큰 키를 가졌음에도 짧은 뿌리를 가지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레드우드의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바로 나무의 뿌리와 뿌리가 서로 얽혀서 아무리 강한 비바람이 불어도 서로를 의지하면 생존본능을 실천해 나가기 때문이다. 나무 하나의 뿌리로는 절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땅속에서 서로 서로의 뿌리가 강하게 연결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자연의 지혜를 보여준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라는 체계 안에서 하나의 중요한 존재로서,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해야 하는 운명으로 살아간다. 삶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단거리 이벤트가 아니다. 멀리보고, 꾸준히 매일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면 아름다운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의 예를 들어보자. 혼자 뛰는 운동은 함께 어울려 뛰는 것보다 힘들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또는 지역사회에서 체육행사 때 함께 어울려 걷거나 뛰면 평소에 멀게 느껴진 거리도 완주가 가능하다. 마라톤에서는 기록향상과 완주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한다. 이 페이스메이커는 프로 마라톤 선수에게도 꼭 필요하지만 특히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 마라톤 경기에 도전하는 경우 가장 쉽게 완주하는 방법은 자기 기록과 비슷한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면 된다. 경험이 없기에 혼자 뛰면 속도와 호흡 조절이 쉽지 않기에 완주가 쉽지 않지만 페이스메이커 그룹과 같이 어울려 뛰면 이러한 조절이 어렵지 않다.

장거리 수영 또한 마찬가지이다. 몇 년 전 서해안에서 개최된 장거리 수영대회에 처음 도전한 일이 떠오른다. 장거리 수영 완주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수첩에 적어둔 그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여서 꼭 해보고 싶은 도전이었기에 안내문을 보고 용기내어 지원했다. 그런데 버킷리스트의 꿈을 이룬다는 행복한 흥분은 잠시였고, 막상 접수하고 나서부터 괜히 했나 하는 후회와 한편으로는 경험도 없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하는 갈등이 밀려왔다. 다행히도 클럽 회원들과 함께 하여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였고, 삶의 과정에서 수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또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매일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나의 뿌리는 무엇이고 나의 뿌리는 어떤 사람들과 얽혀있는지, 나는 그들에게 어떤 형태의 뿌리이고 어떤 존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레드우드 공원의 나무들은 하나하나 함께 모여 거대하고 아름다운 푸른 숲을 이루고 또한 서로를 위지한 채 생존을 계속해 나간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혼자가 아닌 함께 서로 연결되어 돕고 의지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과정 또한 즐겁게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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