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지난 5월 30일 정신보건분야의 획기적인 전기가 되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다. 이 법의 공식명칭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법 명칭치고는 참으로 길다. 그래서 요즘 줄여서 정신건강복지법이라 한다. 법 제정 시부터 명칭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정해 놓았더라면 이런 혼돈을 없을 것이다. 공식 법률 명칭이 아닌 명칭이 편법으로 쓰이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할 대목이지만 이런 법률명을 정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복리증진이라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것이 매화타령처럼 보이는 것은 현실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고 실제 개선해야할 차별은 여전히 존속되어 정신질환자들의 고통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그토록 개선을 요구하고 읍소했지만 마이동풍이며 인권타령만 주야장천 되풀이하고 있다. 참으로 이런 이율배반의 모순이 어디 있을 까 싶기도 하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 1조 목적을 보면 이 법은 “정신질환의 예방·치료, 정신질환자의 재활·복지·권리보장과 정신건강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 2조 기본이념에는 제 1항에 모든 국민은 정신질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 2항에는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 3항에는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라고 되어 있다. 심지어 강제입원, 즉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부터 인권침해소지를 없애겠다며 강제입원 제도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에서는 국·공립 및 지정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1명과 다른 정신의료기관 전문의 1명이 2주 내 진단해 입원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 역시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예외규정에 의존해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 전체 58%가 자체진단으로 입원을 시켰다. 한마디로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는 상황이 시행 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강제입원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겠다며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하여 지금도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는 쟁점사항이다. 예외조항이 없었다면 입원대란, 퇴원대란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사안이기도 하자.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며 주변의 조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이웨이로 야심차게 출발을 법이다. 좋은 법이면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영하여야 하련만 법 시행이전이나 이후나 재개정의 목소리가 거세다. 어찌 보면 19대 국회의 졸속입법의 하나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최적의 치료의 권리를 제공한다는 명문 규정이 무색한 것은 정작 개선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은 버젓이 유지되고 있는 점이다. 가장 한심하고 도대체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 평등사회인지 법 이전의 상식적인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존속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권보호를 주장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비인간적이 차별 진료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집단 시위를 통해서나 언론을 통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마이웨이이며 귀를 닫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인권 단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이중성의 사회를 갖고도 미래비전이 있을 수 없다. 이른바 강제입원으로부터 차별과 인권을 보호한다며 21년 된 법까지 전면 개정해 시행할 정도가 되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당연히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가 아닐 수 없다.
정신질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이들의 인권보호와 차별철폐를 논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2018년도 최저 임금이 7,530원으로 올해 6,370원에서 1060원인 무려 16.4%가 올랐다. 2020년에는 1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가도 오르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세상도 이렇게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의 식대는 한마디로 꿀꿀이 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액수가제니 뭐니 하면서 일반 보험환자나 다른 장애인의 의료급여환자와 극심한 식대차별로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 이러면서도 정신질환자 인권보호와 차별해소 타령이니 참으로 이율배반, 양두구육, 구밀복검이 따로 없다. 한마디로 모순 덩어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질환자 정책에 관한한 편견과 일방통행식인 전근대적인 행정행태에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을 위한다면서도 생명력이 없는 일련의 행태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신건강연구소가 제공한 충격적인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입원환자 식대 차별현황을 보면 1식 당(한 끼) 3,390원으로 2003년 이후 무려 14년간이나 동결되었다. 특히 정액수가는 입원기간별 전체에 대해 삭감하기 때문에 식대로 동일한 비율로 삭감되어 입원 석 달간은 3,390 원이지만 3개월이 지나면서 6개월까지3191원, 6개월 이후 360일 까지 2991원, 361일부터는 2,858원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 1년 이상 입원환자는 2,858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있으니 국가가 정액수가제를 적용하여 인권침해와 차별을 버젓이 자행하는 셈이 되어 버렸다. 타 질환 의료급여 환자들을 살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타 질환은 올해 한 끼에 50원인 인상되어 3440원으로 책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건강보험 식대와 비교할 때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올해 현재 병원의 경우는 일반식이 4,290원 기본에 영양사 까산 550원, 조리사 가산 500원을 더하여 일반적인 경우는 5,340원 직영의 경우 200원을 가산하여 5,540원 수준이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래 놓고도 인권타령이고 차별해소타령이니 과연 이 말들이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그동안 정신질환자들의 진료차별 해소를 가족이나 당사자, 유관단체들이 나서 틈만 나면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마디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14년이란 세월 동안 밥값이 한 끼에 3,390원으로 동결되어 제자리걸음을 걸었으니 물가 인상율을 감안하면 오히려 해마다 깎여 왔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유독 정신과 정액입원환자에 대해서만 기간별로 차감하여 정신병원입원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년 이상 입원 환자의 식대는 한 끼에 2,858원으로 같은 기간 입원한 비교대상 티 의료급여환자 식대3,390원의 84%, 건강보험 환자 식대(직영포함) 대비 51.6% 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차별이면 가히 징벌적 성격에 가깝다.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논하는 나라치고는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이른바 정신건강복지법의 목적이나 기본이념과도 전혀 맞지 않고 상충되는 행정행위이자 제도이다. 새 법에 적용하여 보면 한마디로 위법행위를 정부가 하고 있는 셈이다. 법률이나 헌법 어디에도 정신질환자란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해 2월 3일 공포되었다. 관련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장애와 장애인)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라 함은 신체적ㆍ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권"이라 함은 보건교육, 장애로 인한 후유장애와 질병 예방 및 치료, 영양개선 및 건강생활의 실천 등에 관한 제반 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건강한 생활을 할 권리를 말하며, 의료 받을 권리를 포함한다. 역시 동법 제8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 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 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가가 법률을 위반하여 정책을 추진하면 이는 당장 시정 조치해야 한다. 예산타령은 별개의 문제이다. 진료차별에 대한 정점에 의료기관이 아닌 국가 즉 보건복지부가 그 책임을 있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진료차별을 이제 묵과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14년이란 긴 세월 공직자들이나 근로자들은 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왔고 내년도 최저 임금도 무려 16.4%가 인상되었다. 물가가 오르고 세상이 변해 가는데도 정신질환자들의 밥값은 14년이란 세월 동결하였으니 그 동안 얼마나 비참한 징벌적 진료환경에서 고통을 겪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말로만 정신질환자 인권보호를 외치며 매화타령에 심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새 정부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의 이러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빈인륜적이고 불평등하며 징벌적 진료차별을 적폐청산 차원에서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먹는 밥까지 차별하며 무슨 인인원이며 최적의 진료를 논하는가 묻고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개정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을 살펴보고 장애인차별금지법, 헌법 등등 한번 관련 조항을 살펴보라. 그러면 해답은 금방 나온다. 말로만 인권타령은 멈추고 정신질환자의 먹는 밥값부터 당장 현실화해야 한다. 그것이 평등이고 선진이고 복지국가이며 국민이 주인인 국가이다. 그런데도 계속 묵살할 경우 촛불을 다시 킬 수밖에 없다. 시대착오적인 정신질환자 진료차별이야말로 적페청산 제 1호 대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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