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학대로 어린 생명이 숨지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가 또 일어났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세 살 남자아이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혐의로 20대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지난 14일 구속했다.

이들 부부는 침대를 어지른다며 아들의 목에 개 목줄을 맨 뒤 침대 기둥에 매어 놓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음식을 주지 않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이가 개 목줄 때문에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에서는 세 살 입양아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양아버지가 지난 2월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등 크고 작은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지만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에서 지난해에는 36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2014년 1만7천791건, 2015년 1만9천214건, 2016년 2만9천66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 중 아동학대로 판명된 건수는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천715건, 2016년 1만8천573건에 이른다. 대구에서도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지난해 1천98건이나 되고 이 가운데 733건(67%)이 실제 아동학대로 판명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가해자의 76.3%가 친부모다.
나머지 가해자도 계부·계모·양부모 4.4%,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이 4.3%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학대행위가 은밀하게 일어나는 데다 부모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동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도 쉽지 않아 심각성을 더한다.

국가와 사회는 아동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호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회의 무관심과 안전망 미비로 어린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늦기 전에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처럼 영유아들의 실태도 조사하고, 아동학대 조기 발견 체계를 강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동보호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학대 예방 및 ‘올바른 부모 되는 법’ 교육을 제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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