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세종시인구가 지난 2월 20일 기준으로 25만 178명을 기록하여 인구 25만 시대를 열었다. 2012년 출범 당시 인구 10만 751명에 비하면 4년 8개월 만에 무려 148.3%, 즉 1.5배가 증가한 것이다. 연말까지는 만 6095세대 4만 2천명이 증가해서 인구 3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종시 인구 25만 명 돌파는 40개 중앙부처와 15개의 국책연구기관 이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공동주택 공급과 생활편의시설 확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정부 컨벤션센터에서는 외국의 귀빈들까지 초청하여 행복도시 착공 10년, 세종시 출범 5주년 기념하는 거창한 행사도 가졌다. 세계적인 행정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이란 주제로 국제포럼까지 개최하며 자축했다. 행사와 관련 행복청과 세종시의 불협화음이 드러나 볼상 사나운 모습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 건설에 엇박자 이상 행보가 눈에 띠는 대목이다. 날로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가 팽창하는 만큼 더욱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인데도 말이다. 세종발전의 상호 협력 관계인 양대 축이 엇박자가 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행복청은 세종특별자치시의 건설의 중추기관으로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다. 가장 핵심인 역할은 그야말로 명칭에도 함축되어 있다. 이름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다. 세종에 들어서면 활기찬 건설건축의 현장들이 세종시의 미래를 말해주고 있다. 정ᄆᆞᆯ 대단하다. 그만큼 새로운 도시에 거는 기대도 크다. 유입인구도 점차 그 증가속도를 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행복청이 추진하는 각종 건설프로젝트들은 가히 매머드 급이라 할 것이다. 규모나 내용면에서 수준급임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행복청은 자랑거리를 연일 내놓으며 언론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행복청이나 세종시나 모두가 언론매체에 대한 경중을 따지면서 언론 차별도 삼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에서 활동하는 언론 매체들이 수백 개에 이른다고 하니 정론지와 메이저언론을 향한 기관들의 짝사랑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야심찬 건설추진으로 세계적인 행정도시를 지향하려는 이들 기관들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심혈을 기울이는 역동적인 자세는 참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빚어진 공공기관의 물난리 사태에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다. 마치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 시작 당시 급조된 전시관들이 폭우에 물난리를 피우던 당시의 모습이 연상된다. 집중호우로 새롬동 종합복지센터와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최근 준공한 건물들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물난리가 난 것이다. 주민센터 1층 바닥 침수피해, 빗물이 배관실을 통해 역류, 복지센터 1층에서 4층까지 누수 등등 유구무언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집 나와라 뚝딱 식으로 속도전에만 치중해 온 부실공사를 한 것은 아닌지 씁쓰름하기만 하다.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심한 현장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공분을 사는 대목이기도 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격이 되었다.

건물인수를 하느니 마느니 행복청과 세종시가 또 한판 붙어 책임전가에만 급급한 볼상 사나운 모습이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행복청은 부랴부랴 행복도시 새롬종합복지센터와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시공 및 인계과정에서 행복청과 세종시와의 3차례 합동점검(전문가 참여)과 세종시 운영담당자의 자체점검을 통해 보완사항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특히 합동점검 당시 보완 요구사항은 대부분 마감시공 과정에 있어 옥상 구배불량, 안내판 미 부착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치완료 하였고, 추가 보완요구 사항도 마감공사 코킹 미흡, 타일탈락 등 구조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장마철 집중호우로 우수여과기에서 물 넘침 현상이 발생하여 일부구간에서 누수현상이 있었고, 그 외 구조체 균열이 아닌 옥상 조경구간 배수처리 미흡, 마감공사 코킹 미흡 등으로 누수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어 유사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참 쉽게 일을 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상가상으로 세종시 랜드마크 국립세종도서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외벽 공사를 위한 구조물에 둘러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고, 옥상에 쓴 대리석이 갈라지자 외벽을 바꾸는 중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런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하여 전해지자 시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올 연말이면 전체 시설의 절반가랑인 60여개 시설이 준공돼 세종시로 이관되지만 이런 저런 부실공사로 재투자비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준공돼 지난해 세종시로 관리 이관된 국도 1호선 주추지하차도에 대해 하자보수공사를 했어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조차도 부실지적이 제기되자 세종의 건설계획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행복청이 여러 가지 해명성 내용을 발표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러한 부실이 연쇄적으로 발생된다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행정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던 체면이 일순간 구겨지는 참으로 낮 뜨거운 일이다. 차제에 세종시에서 추진되는 모든 공공건설현장은 물론 민간 현장에도 보다 철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계획도시 건설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종시의 진입도로망과 도로 폭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향후 세종시의 유입인구를 감안하면 대전에서 진입하는 도로뿐만 아니라 첫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등이 협소하여 향후 교통체증과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도로폭은 물론 전근대적인 방사형 도로체계를 나선형으로 개선하는 등 교통전반에 대한 진단과 향후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세계적인 명품도시는 구호에만 그치고 교통대란으로 세계적인 교통지옥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눈으로 보는 지금도 그런데 앞으로 여러모로 더욱 걱정이다. 세종의 엇박자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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