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최저임금 협상 불참을 선언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소상공인.중기 대표 위원 5명은 9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실태조사를 약속하지 않으면 남은 회의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협상은 올해도 파행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노동계는 시급 1만원(54.5% 인상), 경영계는 6625원(2.4% 인상)을 요구해 차이가 3375원이나 된다.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노사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최저시급 1만원 공약 때문이다. 새 정부는 향후 3년간 매년 15.7%씩 올릴 계획이며, 노동계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가 내년에 3년치를 한꺼번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종업원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는 앞뒤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한 쪽만 보고 결정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폭 인상을 강행하면 실업 발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기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못지않게 경제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인상 폭을 결정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우리 손으로 켠 촛불이 화마가 돼 소상공인을 태우고 있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소상공인단체 대표들이 이런 하소연을 쏟아냈다. 정부는 이들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조급함이 최저임금 파동을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된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일(8월 5일) 20일 전, 즉 7월 16일까지 결론을 내면 된다. 소상공인과 중기 대표 5명이 불참하더라도 정족수는 확보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표결 처리는 가능하다. 그러나 최대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과 중기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이뤄진 결정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정부가 자문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에 참석, "범정부 차원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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