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정신분야의 일대 변혁을 예고한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 한 달을 넘겼다. 지난 6월 29일이 이른바 퇴원 대란의 데드라인처럼 생각하며 참으로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21년 만에 전면 개정돼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 한 달여를 맞아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히 퇴원대란은 넘겼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출장 진단 배정이 어려운 경우 같은 병원 2인 진단으로 입원 연장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치를 허용해 대규모 퇴원은 연기된 상태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오는 12월31일 이후 대규모 퇴원 우려는 여전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아직 긍정적인 평가를 자축하기에 이르다는 주장이다. 연말까지 1회에 한해 실시되는 추가진단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바람에 임시방편으로 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3개월 뒤부터가 문제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선된 입·퇴원제도 시행으로 퇴원환자가 소폭 증가했으나, 일각에서의 우려와 같이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대규모 일시 퇴원 등의 혼란은 없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1개월 간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한 환자는 일(日) 평균 약 227명으로 입·퇴원관리시스템 상 집계돼, 법 시행 전 일평균 약 202명(심평원 자료 추계)에 비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시행 전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입소자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법 시행 후인 6월 23일 현재 입원·입소자 수는 76,678명으로, 2016년 12월 31일 대비 2,665명(79,343명), 2017년 4월 30일 대비 403명(77,081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입원·입소자 수에서 자의입원·입소 비율의 추이를 살펴보면, 법 시행 후인 2017년 6월 23일 현재 자의입원·입소 비율은 53.9%으로, 2016년 12월31일 기준 35.6%, 2017년 4월 30일 기준 38.9%와 비교해, 18.3%p∼15.0%p 대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법 시행 이후,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등을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복지부는 자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의 '출장 진단'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의료본연의 역할을 떠나 출장 진단만을 위해 의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자의 입원 환자에 대한 출장 진단 전문의 배정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실제 출장 진단을 시행하는 전문의들은 비현실적으로 과도한 출장 진단 수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지정 의료기관에 신청하지 않은 경우 출장 진단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책적 위협"이라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출장 진단이 가능하도록 국공립의료기관을 비롯한 공공의료 영역에서 출장 진단 전담 전문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시행 한 달을 맞아서도 복지부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입·퇴원제도 개선, 정신질환자 복지지원 및 국민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사업근거를 새로 마련한 법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새로운 입·퇴원제도에 따라,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없는 정신질환자 중 정신의료기관 입원 또는 정신요양시설 입소(이하 입원·입소)를 원치 않는 경우는 퇴원·퇴소해 지역사회로 복귀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른바 정신질환자 탈원화 시대를 맞이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하여 만든 법이라면 왜 이렇게 모두들 걱정을 하고 우려를 하고 아우성인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좋은 법을 환영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못 궁금하다. 복지부도 법 시행에 따른 좌고우면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법 시행 한 달간에 걸쳐 복지부의 대처상황은 사실상 비상사태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좌불안석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퇴원대란이 우려됐기 때문인데 다행히 추가진단 예외규정 때문에 소나기를 피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출장 진단자들만 녹초가 됐다. 좋은 법을 만들어 놓고 왜 이렇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위들이 상충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적, 정책적 패러다임을 인권과 복지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이라며 "21년간 계속돼 온 입·퇴원 관행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복귀시설 및 중간집(HalfwayHouse) 등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등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가 시행상의 문제점에 대해 진일보한 자세를 견지해 나가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복지부가 "현장 및 관련 학회와 협의회 구성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개선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정신질환자 및 그 가족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정신건강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과제인 만큼 충실한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좀 더 열린 행정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시급해 개선해야 하는 비인권적인 부분이 있다. 차제에 의료보호 환자들의 형편없는 비인권적인 정책수가제도로 겪고 있는 진료차별문제와 비인간적인 식대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과 복지는 당장 모순덩어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법조문 어디에도 있지 않는 ‘강제입원’이란 용어의 사용은 사라져야 한다. 법 43조에는 엄연히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으로 나와 있다. 자의입원, 동의입원, 자치단체장에 의한 입원 등과 함께 명시되어 있다. 차제에 혐오감과 위화감을 조장하는 강제입원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민의 정신건강과 복지는 추상적인 구호로만 이뤄질 수 없다.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시스템의 안정화와 효율성, 효과성을 최대한 살려 실행되어야 마땅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퇴원 이후 빚어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수용시설의 인프라구축 등 퇴원자들을 위한 재활 및 사회복귀시설의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도 너무나 부족하다. 모든 일은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넘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분야가 바로 정신분야임을 명심해야 한다. 법 시행에 따른 요주의 대목은 특히 치료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의 퇴원이다. 이는 경계 대상 1호이다.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분명히 책임소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만심은 금물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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