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들이 올해 은행의 보증을 거의 받지 못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이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선수급환급보증(RG) 실적은 전체 발행 규모의 1%에 불과했다. 17개 국책·시중은행들이 지난 4월까지 신규 발행한 RG는 1조 4200억 원(35건)이지만, 이 가운데 99%(1조 4059억 원)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등 '빅3'에 집중됐다.

RG는 조선사가 수주한 배를 발주처에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선박건조비용으로 미리 받은 돈(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서이다. 은행이 이 RG를 발급해야만 수주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 은행권이 이처럼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보증에 인색한 것은 전형적인 '몸 사리기' 행태이다. 시중은행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책은행들조차 보증을 꺼리는 것은 존재 의의를 망각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권의 고약한 행태가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27일 발표된 BNK금융경영연구소의 '조선산업 동향 및 향후 과제' 연구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유례없는 수주절벽에서 벗어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1~5월 중 국내 조선업 수주량은 207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352.5%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업황 회복은 대형 조선사에 국한된 것이며 중소 조선사들의 수주절벽은 여전했다.

이 같은 중소 조선사들의 부진과 RG 기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중소 조선업계의 수주 회복도 기대되고 있는 만큼, RG를 받지 못해 조선사가 도산해 버린다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눈앞의 손익보다 장래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금융·산업 간 상생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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