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위원

지난 달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가 100만 3000명으로 집계되어 올 들어 100만 명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업률과 고용률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률은 0.4%포인트 감소해 41만 9천명으로 50만 명 선 아래로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최악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취업자들이 2,682만 4,000명이고 아직도 100만 명 이상이 직장이 없이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청년실업자들이 41.7%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 심각성을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어쩌다가 청년고용창출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보니까 몰리는 곳이 바로 공무원 시험이다. 이제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일컫는 이른바 ‘공시생’은 신조어로 아예 고착화되어 버렸다. 긍정의 의미보다는 청년취업의 문제점을 상징하는 용어가 된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 수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 사회가 이런 현상에 만성화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7일 전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9급 공무원시험이 치러졌다. 1만 명을 뽑는 시험에 무려 22만 명 이상이 지원해 2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합격자는 전체 응시자의 1.8%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이 가운데 21만 명은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재기의 칼을 다시 갈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말해 주듯 올해도 40세 이상이 만 5,000명이 넘게 지원해 이런 악순환을 말해 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41만 9,000명의 청년실업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공시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단순비교이지만 숫자상으로만 볼 때 그렇다. 어쩌다가 이렇게 공무원의 길을 열망하게 된 것일까 생각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취업난과 무관치 않음을 보게 된다. 여기에는 전공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 길을 찾고 있다는데서 이런 현실을 읽을 수 있다. 공무원은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이고 노후보장과 근무형태도 그 어떤 대기업이나 불안정한 직장에서의 취업과 동시에 빚어지는 이른바 중도퇴직의 우려도 없다는 의식들이 작용하고 있다. 이를 말해 주듯이 공무원준비학원은 공시생들로 늘 차고 넘치고 있다. 10년 만에 합격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이다. 연례행사로 몇 차례 시험을 치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일반직장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된다. 이미 나이가 차고 넘쳤기 때문이리라. 이른바 공시낭인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우리는 이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의 손실이 무려 17조 원이라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낙방 고통과 좌절 등이 정신적인 문제까지 감안하면 더욱 클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자신들의 전공을 제쳐두고 공시생의 길을 걸어야 할 정도의 사회라면 한마디로 ‘빵점 사회’에 다름 아니다. 정치일선의 등장인물들은 때만 되면 청년실업난을 해결하겠다고 목소리 높이며 거품을 물었다. 그런데 결과는 늘 이 모양이고 여전히 젊은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각종 기능과 능력이 뛰어난 젊은이들인데도 말이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신들이 뛰어야 할 광장을 찾지 못해 이런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인 사회현상이다.

국정기획위위원회가 이런 대목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내년도부터 공무원채용시험기간이 최대 81일이 줄어든다고 한다.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일반직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시험을 보고 난 뒤에 무작정 기다리는 현행제도의 고통을 숙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질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대거 몰리는 현상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공무원시험기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모든 부문에서 신규 취업자 수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들 가운데 좌고우면하는 보신주의와 사회적 책임감 결여, 경제 장기불황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와 경제적인 불안정과 외교 안보문제까지 겹쳐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데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고용창출력의 부재는 결국 우리 사회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추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는 일자리위원회가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계획을 갖고 출범했다. 고용창출력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는 하루빨리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기형적인 사회현상을 하루빨리 개조해야 한다. 우리 사회와 국가의 추동력인 젊은이들의 실업문제, 취업문제 개선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젊은이들의 멘탈 환경이 걱정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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