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기고문)

최근 여름답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이유는 무엇일까. 낮에는 30도가 넘지만 밤에는 선선해서 낮 동안의 더위가 무색하다. 기후 계절적으로 한반도의 6월 하순은 장마에 접어드는 시점으로 해양성기단의 영향을 받아 점차 습도가 올라가는 시기이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는 건조한 대륙성기단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단이란 일반적으로 기온, 습도 등의 물리적 성질이 거의 같은 큰 공기덩어리를 말한다. 기단은 처음 생기는 곳의 열적요인에 따라 뜨거운 열대기단과 차가운 한대기단으로, 발생 위치에 따라 다습한 해양성기단과 건조한 대륙성기단으로 구분된다. 기단의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공기의 기온과 습도는 공기의 밀도를 변화시켜 고기압과 저기압을 만들어 내고 바람을 발생시키는 등 우리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비, 눈, 안개 등의 기상현상과 열대야, 불쾌지수, 폭염의 주범이 결국은 기온과 습도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단의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계절특성과 날씨특성이 달라진다.
낮에는 더워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이유도 기단 때문일까. 이는 기단을 이루는 공기의 기온과 습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던 18일 대전은 낮최고기온 33.8도에 일평균 상대습도 49%를 기록한 반면, 작년 같은 날은 31.0도에 65.3%를 기록했다. 물론 폭염주의보도 없었다. 최근 한반도는 맑은 날씨로 인해 일사와 자외선이 강해 살갗이 따갑고, 폭염 수준으로 기온이 높게 오르고 있지만, 대륙기단의 특성상 대기가 건조하다.
그렇다면 가뭄이 지속되는 원인 또한 기단에 있는 것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한반도는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영향권에 있고, 그 주변으로 다른 기단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저기압이 주로 한반도 북쪽 또는 남쪽으로 우회하면서 강수 빈도에 비해 강수량이 상당히 적었다. 또한, 장마전선은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서 북상하지 못하는 등,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가뭄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날씨 변화는 한반도에 위치한 기단의 성질 즉, 기온과 습도의 변화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낮에는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가뭄해가 나타나는 것도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기단의 특성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대전지방기상청 박찬귀 예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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