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여고 유병대 교장

65년의 역사와 전통의 충남 서부 지역 명문학교 홍성여자고등학교. 옛 주소 체계로 昭香里(소향리)에 속한 홍성여고는 마을 이름처럼 소통의 향기를 피우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9월 1일 홍성여고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들과 첫 만남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다. 모의고사 날이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부임인사 계획이란다. 설상가상. 전날 내린 비로 운동장은 젖어 있고 시험에 지친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가 과연 필요? 과감한 결단이다. 찾아가는 부임인사다. 자습 시간, 쉬는 시간을 주로 활용하여 18개 전 교실로 출발. 간단한 나의 소개와 포부, 수학교사 출신이니 모르는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하라고 큰소리도 뻥뻥. 마음이 아프거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소통의 공간인 교장실은 항상 열려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야호!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피곤에 지친 아이들은 찾아 볼 수 없다.

교장실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꽃 이름은 웃음꽃. 교장선생님이 친구 같아요. 동아리 준비물 둘 장소가 부족해요. 고양이가 무서워 공부하기 어려워요 등등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얘기들.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해도 고맙습니다 외치며 교장실을 떠난다. 교장실에 놓인 미니초코바도 아이들 숫자만큼 함께 사라진다.

소통은 창의를 낳는다.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둔 4월 10일. 홍성여고 전교생이 노란 색종이를 흔들며 세월호 추모 리본을 만들며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 감동의 추모 플래시몹은 SNS를 타고 전국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이 교장실을 찾아와 자랑한다. 언론에 소개된 영상의 댓글에 교육청에서 시켜서 마지못해 한 거 아니냐는 악플이 달려 학생들이 손수 기획하고 행사를 진행했다는 당당한 답글을 달았더니 슬그머니 악플이 사라졌다며 의기양양이다.

소통의 향기는 참여 열기로 이어진다. 전교생 모두 참여하여 누구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학생총회가 수시로 열리고 자율적으로 뜻을 모아 동아리를 조직하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 스스로 인문사회 답사 계획을 수립하고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주말이면 소규모 초·중학교를 찾아가 학습멘토링 교육기부를 하고 사회복지법인을 찾아 봉사를 실천한다. 학생들의 배려와 나눔 활동이 지역사회에 해피바이러스로 전파되고 있다. 소통이 인성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