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이 최순실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그리고 구속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충격과 분열, 그리고 고통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으로 국민들이 무척이나 지쳤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민국은 추동력을 상당히 잃었다고 보면 과언일까 싶다. 그만큼 국민들이 패닉상태에 저항과 울분과 고통과 한숨의 나날을 보낸 것이 바로 반년의 시간과 세월이었다. 경천동지할 사건으로 역사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 사건은 시작이 어떠하던 간에 구속과 재판이라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5월 9일 제 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요즘 대통령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정이 비상상황에 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태연자약하고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사태에 처한 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자 한국인이다. 지금 이 순간 전직 대통령은 그야말로 영어의 몸이 되어 구치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저분하다며 해서 도배까지 새로 해주는 감방에서 말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대통령만 뽑으면 만사가 다 해결되는 그런 나라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한반도의 긴장상황은 우리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정보력이나 국민을 위한 뚜렷한 발표나 대처방안이 나오질 않고 있다. 미국의 칼빈슨핵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출동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비상상황에 대한 소식들을 외신들을 타고 들어오는 그야말로 사이드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의 주견이나 주체성이 상실된 듯해서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제 정세가 돌아가고 있다. 마치 무시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은 아예 중국과 단독 협상을 하며 북핵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도 이런 사태에 대한 의견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마치 전쟁불사의 강경모드를 보이고 있는데 정작 우리 대한민국은 우리 운명이 걸린 일에도 마치 왕따를 당한 것 같으니 참으로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진정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제대로 살려온 것은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늘 진보와 보수를 나뉘어 집안싸움에 혈안이 되고 종북이니 뭐니 하면서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들이 난무할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았는지를 깊이 반성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진보든 보수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토대로 움직이는 것이지 진보가 곧 좌경이나 종북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이념논쟁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진보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담보하고 그 토대위에서 자라야 하는 것이지 공산주의의 이념을 토대로 진보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자칫 종북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 성향의 인사들이 마치 진보를 대변하는 것처럼 희석되고 있지만 이런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 변종이념논자이거나 나라 전복세력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가 지킬 가치와 이념은 진보건 보수건 자유민주주주의 헌법정신에 기초하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정신이 바로 우리의 핵심가치인 것이다. 보수결집이니 진보결집이니 뭐니 하지만 자기들 입맛대로 국민들을 줄 세우기 하는 정치는 어리석은 이분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선의 선거전 양상을 보면 마치 보수층들이 갈 곳 없이 방황하는 표심인양 하며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포장하며 분석들을 하는 토론자들이 많지만 기실 우리 대한민국의 보수가 그렇게 표현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제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기득권이나 좌경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무조건적 이념분할 의식과 편 가르기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분명 문제가 많아도 한참 많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 어쩌다가 기형적인 진보와 보수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분명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의 이념론자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심지어 진짜 종북세력들과 간첩들이 우리 사회에서 암약하면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지도 모른다는 점을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매우 강하다. 최근 들어 북한이 난수표방송을 또다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남한에서 난수표방송을 수신하는 자, 즉 암약하는 간첩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며 이는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정작 우리는 만성화되어 심각성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요즘도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벌어지는 현상이 하나가 있다. 정치권들이 이합집산이 되어 “해쳐 모여”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념이나 가치, 철학의 개념이 아니라 당선되면 어디 한자리 해먹을까 하는 부류들도 눈에 띈다. 이른바 정치철새들이 요즘 이리저리 날면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달콤한 꿀을 찾는 장면들이 자주 목도된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맛이기 때문이다. 꿀보다 더 달고 꿀보다 더 영양가 만점인 권력을 찾아서 이합집산이라는 이름으로 몰려다니니 우리는 정상모리배를 경계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모리배(謀利輩)란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리들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모리배는 물질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교묘히 행사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는 이웃에게, 사회에, 국가에 피해가 있을지라도 오직 자기 이익만을 꾀하는 무리들을 모리배라 한다. 이런 정치인을 정상모리배라 하는데 부패정치인의 말로는 역시 감옥 뿐임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을 위해 선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올바르고 충직한 일꾼을 뽑아야 할 책임이 국민에게 있다. 구밀복검하고 표리부동하며 간교한 자들을 보다 냉철하게 살피고 배척하여야 한다. 늘 우리 국민들은 속아왔기 때문이다.
요즘 국민 4명 당 한 명꼴로 정신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역학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는 삶의 질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등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자살률만큼은 10년을 넘게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모든 지표에서 대한민국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문제가 너무나 많다. 청년 취업률도 심각하고 저출산고령화의 기형적인 사회구조가 대한민국 미래의 추동력을 잃게 하고 있다. 1997년 IMF사태이후 빈익빈부익부의 경제구조는 더욱 심화되어 장기불황과 함께 국민경제고통이 매우 심각하고 빚으로 사는 국민들이 많다. 나라나 국민이나 매우 심각하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45조원(7.1%) 늘어난 682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자금순환동향 통계의 가계부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는 지난해 말 1565조81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10.0% 증가한 규모다.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을 볼라치면 고급 관료와 지도자들, 정치인들은 대부분 명문대학 출신이나 대학교수, 판검사, 변호사 출신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량감이 넘치는 감동적인 훌륭한 지도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차선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처한 오늘의 현실이다. 산적한 난제를 지혜롭게 풀고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바로세울 지도자를 이번 대선에서 뽑아야 한다. 분열과 반복의 선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어느 누가 19대 대통령이 되건 다시 뛰는 한국인의 기치를 내걸고 추락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다시금 드높이고 왕따가 된 국제적 위상을 되찾는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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