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 헌정사에 세 번째로 대통령이 구속되는 참담한 비극이 연출됐다. 서울구치소 독방수감, 수인번호 503호!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받은 지 21일 만에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새벽녘에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강부영 판사는 31일 새벽 3시 3분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발부 이유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치며 433억 원(실수수액 298억 원) 상당 뇌물수수,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작성 및 집행 주도 과정서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모두 13가지 혐의를 받았다. 30일 진행된 영장심사는 8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는데 이는 1997년 영장심사제도가 생긴 이래 역대 최장 시간 심문이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혼란과 국민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일련의 과정들은 이제 역사적인 날들로 기록되고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그 역사적인 날들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국회의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탄핵결정(파면). 2017년 3월 21일 검찰조사. 2017년 3월 31일 법원 구속영장발부 및 서울구치소 구속수감 등이다. 물론 앞으로도 더 재판과정을 거치고 선고가 이루어질 경우 더욱 비감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들은 적나라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가져온 결말은 이처럼 비극 중에 비극으로 하염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비극이자 역대 그 누구도 제대로 대통령직을 마치지 못하는 비극의 대통령, 불행한 고통의 역사를 상기시켜주는 우리 정치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 서울구치소를 향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참으로 애절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뇌물죄 등 13개 죄목의 몸통피의자가 되어 초라한 몰골로 구치소를 향하는 모습을 화면을 통하여 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그야말로 참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수감자들과 똑같은 절차를 마치고 독방에 수감되는 대통령을 향하여 정치권들은 저마다 입에 발린 말들을 쏟아 내놓았지만 감동이 없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진리가 구현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되도록 맹종으로 치닫던 주변 인물들이 이 불행을 자초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 행복시대를 선언했던 전직 대통령이 국민고통을 주고 자신도 고통과 비극의 종말을 맞았으니 이 얼마나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인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문제는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죄함만을 내세우는 모습에 상당수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는 여론도 있다. 이 순간에 영어(囹圄)의 몸, 수감의 고통이 매우 클 것은 자명하다. 정신적인 고통과 충격은 더 더욱 극심할 그럴 것이다.
누구나 실수도도 있고 잘못도 있을 수 있다. 악의적이거나 고의적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대국민 사과를 진솔하게 했다면 국민들은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일말의 관용을 베풀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의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와중에 보여준 그동안의 모습들이 너무나 국민정서에 부합되지 못했다는 점이 모든 것을 그르치게 한 주요 요인이 되고 말았다. 그때그때 대충 넘어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오판했다면 이는 주변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많아도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직언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눈과 귀를 흐리게 한 책임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박 정치인들도 그 책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의 구속수감에 공동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금 곳곳의 시장가와 식당에서도 과거에는 대통령이 들렸다고 하면 사진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 자랑했으나 모두 감추어버리고 있다. 곳곳에서 이를테면 흔적지우기에 안간 힘을 다하고 있다. 세종시청의 휘호도 마찬가지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철에 대문짝만하게 내걸어놓던 친박 정치인들의 사진도 과연 앞으로도 과거처럼 자랑할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수감은 대한민국의 비극이자 국민들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구치소생활을 어떻게 적응해 나가고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을 위하여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까 싶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되고 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부패공화국의 오명이 참으로 부끄럽기만 하고 얼굴이 마냥 뜨겁다.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국민을 위한 마음이 제왕적 대통령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요즘 선거전을 보면 너무 다툼이 심하고 핵심 이슈가 너무나 궁하다. 우리는 지금은 타개한 남아프리카 전 대통령이던 고 넬슨 만델라 같은 훌륭하고 인자하고 겸손한 지도자가 너무나 부럽다. 까칠함과 탐욕을 버리고 이를 거울삼아 정의로운 마음으로 국민을 섬길 때 부패공화국과 비리공화국, 비극의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행복국가로 거듭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모두가 정신을 차릴 때이다. 국민 정신건강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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