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마침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침몰한 지 무려 1천75일 만이다. 수면 위로 완전히 부상한 세월호는 곳곳이 녹슬고 일부분이 찢겨 나갔지만 형체는 그나마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304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수장시킨 세월호를 바라보는 유가족을 비롯한 우리 국민은 다시 한번 악몽의 기억을 떠올리며 진저리를 치게 된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의 염원은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책임규명 촉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의 인양은 세월호 진실의 명명백백한 규명으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제 세월호 인양에 이어 진실의 인양이 우리의 책무로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을 남의 일인 양 해온 일부 우리 사회의 무감각은 세월호 유족의 억장을 무너져 내리게 하고도 남았다. 이유 없는 주검과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산 자의 몰지각한 세월은 세월호 희생자를 두 번 죽이게 한 비인간성의 극치였다. 부상한 세월호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반성과 성찰을 앞세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공감과 동병상련의 능력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세월호 이후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세월호가 이념에 휘둘리고 세월호 조사가 방해를 받았는지 철저한 조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 사고의 원인규명은 기본이고, 필요하다면 사고를 사건으로 키운 당사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는 필수다.
무엇보다 세월호의 인양이 당초 계획보다 왜 크게 늦어졌는지 해명돼야 한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감추기 위해 늑장을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자마자 바로 세월호 인양이 이뤄지면서 그 같은 의문에 개연성이 더해졌다. 이러한 일련의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으니까 자꾸 음모론이 활개를 치게 된다. 세월호 관련 팩트가 하나하나 숨김없이 속 시원하게 밝혀진다면 괴담이나 유언비어 탓을 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배척을 받았고, 조사는 정부의 비협조와 방해에 봉착하기도 했다.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린 세력의 조직적인 저지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국회와 유가족 대표가 추천하는 8인으로 구성될 선체조사위원회는 미진한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한다. 조사위는 역할과 활동을 전방위로 확대해 지금까지 제기된 갖가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 주길 바란다. 이와 함께 진실 규명을 위한 검찰의 재수사도 병행돼야 마땅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의 수사가 외압 의혹 제기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부의 구조 실패 전반에 대한 성역 없는 재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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