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물 가격을 비롯한 서민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브루셀라 등 가축전염병으로 닭·소·돼지 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시금치·물오징어 등 채소류·수산물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다. 주부들은 장바구니 물가를 부담스러워하고, 상인들도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감소가 걱정이다. 생필품 중 쌀과 소금을 빼고는 거의 다 올랐다는 게 주부들의 하소연이다.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는 생닭고기는 1㎏ 기준 한 마리에 5천771원으로 1년 전 이맘때보다 4% 정도 올랐다. AI 발생 이후 한때 4천9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다. 문제는 생닭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유정란을 낳는 종계의 대량 살처분으로 병아리 생산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유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조만간 치킨메뉴 가격을 10%가량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때 특란 한 판에 1만원을 웃돌았던 계란값도 많이 떨어졌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장바구니 물가의 고공행진을 부추기고 있다. 30개들이 특란 한 판 값은 7천258원으로 1년 전 5천155원에 비하면 40.8%나 올랐다. 국민고기인 돼지 삼겹살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갈치 중품 한 마리는 1년 전 8천980원에서 지금은 35.9%나 오른 1만2천200원이다. 물오징어 한 마리도 1년 전보다 20.5% 오른 3천467원이고, 김·미역도 5~10%나 올랐다. 이 밖에 세탁요금과 의약품 가격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상당수 품목의 가격이 올랐거나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심상찮은 물가 오름세를 제어하거나 수급을 조절할 관계기관의 역할이다. 현 정치불안과 대선일정 등의 영향으로 관계기관이 제 역할을 제때에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 국내 가계는 이미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증가한 상태다. 여기에 물가마저 오르면 서민가계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지출 여력이 줄게 되니 자연히 소비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긴 침체기를 맞고 있는 국내 경제는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번 올라간 물가는 공급증가 등 물가 상승요인이 해소돼도 다시 내려오기 힘든 게 사실이다. 고용증가나 임금상승 없는 물가인상은 서민경제를 옥죄는 나쁜 요소다. 물가 동향을 철저히 파악해 인상요인을 줄이고 물가를 안정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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