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재판관 8인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이후 92일 만이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취임 후 4년여 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헌재의 이번 대통령 탄핵 결정은 국민주권과 법치주의가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것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박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도 대단히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탄핵 인용 결정을 통해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원칙 구현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함을 선언했다.

헌재가 밝힌 탄핵 사유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 남용이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 개입과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음을 인정했다. 또한 최 씨의 국정 개입을 숨기고 국회와 언론의 의혹 제기를 오히려 비난하며 사실을 은폐해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조사 거부 등으로 헌법 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음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법 위배이며, 대통령직에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헌재는 밝혔다.

특히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어떠한 권력도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국민이 국가기관에 위임한 권력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주권과 법치주의의 의미다. 이번 탄핵 결정을 통해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의적인 권력 행사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이 확인됐다.

이번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다수의 의사를 표출했다. 그와 같은 국민의 힘이 결국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국민이 현직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에 대해 다른 어떤 물리적 방법이 아닌 헌법이 정한 제도와 절차에 따라 파면한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또 한 단계 더 성숙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돼 궐위되면서 이제 우리 국민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 새 대통령을 뽑게 되지만, 그 동안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정부가 운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보와 외교,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위기가 중첩된 상황에 놓여 있다. 황 권한대행은 한 치의 국정 공백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국정을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탄핵 과정에서 빚어진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고 치유해 국민 모두가 화합하는 일이다. 그간 탄핵 찬반을 두고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되면서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을 겪어 왔다. 그 과정에서 국민이 입은 상처와 아픔은 말할 수 없이 깊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온 이후 그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탄핵 선고 후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폭력 사태가 빚어졌고, 그 과정에서 참가자 2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는 불행한 사태마저 발생했다. 헌재 결정이 분열과 혼란을 종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 누구도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증오와 대결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국민 모두가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외쳤던 광장의 열기를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국가를 만드는 도약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다시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같은 반헌법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개혁하고 재정비하는 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권위주의와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적폐 청산은 시대적 요구다. 대통령 탄핵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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