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저출산 추세 속에 국민연금·건강보험의 4대 연금·4대 보험의 예측 고갈시점이 빨라지는 등 재정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8대 사회보험 재정 추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당장 내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건강보험 적립금은 6년 뒤인 2023년 바닥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강보험 지출은 2016년 52조6천억원에서 2025년에는 111조6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상승으로 건보지출이 급증하고, 건보 적립금 고갈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예상했던 2025년보다 고갈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국민의 노후 생명줄과 같은 국민연금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11만명)의 은퇴 등의 영향으로 지출규모와 지출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7조7천억원을 기록한 국민연금 지출은 해마다 10% 정도씩 늘어 2025년에는 44조4천억원 규모로 불어난다. 2016년 말 현재 413만명인 국민연금 수급자는 8년 뒤인 2025년에는 645만명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아직은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보다 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지출증가 추세라면 2060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장기요양·고용보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출급증·재정악화의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추산통계 자체의 신뢰도가 낮다는 견해도 있다. 단기보험인 건강보험은 매년 적정 적립금 규모 등을 감안해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보험료율을 조정하기 때문에 중장기의 이런 비관적 수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보건복지부의 반박이 그것이다.
정부가 8대 사회보험의 이 같은 재정위기를 감지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경계심만 있을 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중병이 깊어지고 있는데 구체적인 수술 방법이나 일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당장 발등의 불로 다가온 건강보험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소득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긴 하지만 작금의 정치 대혼란으로 속도가 늦다. 경제상황이나 인구의 변동은 예측하기 힘든 요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변수들을 감안해 재정안정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하는 게 정부의 급선무이다.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하는 공무원·군인 연금도 문제지만 보험은 기금이 고갈되면 대책이 없는 만큼 미리 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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