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활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인력채용을 꺼리고 이직할 곳이 마땅찮은 근로자들은 직장이 불만족스러워도 가급적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이동률은 8.8%에 그쳤다. 근로자 100명 가운데 9명이 안 되는 인원만 채용이나 퇴직 등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최저치다. 이 가운데 신규·경력 채용과 복직·전직으로 입사한 인력의 비중인 입직률은 4.5%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꺼린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자 증가 규모는 29만9,000명으로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존 근로자들은 근로여건이 불만족스러워도 웬만하면 회사에 남아 있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정리해고·퇴직자 비율인 이직률은 4.3%에 그쳤다. 새로운 인력은 수혈되지 않고 기존 근로자는 퇴사하지 않으려다 보니 노동시장이 고인 물처럼 정체되는 것이다.

문제는 탈출구가 꽉 막혀 있다는 점이다. 노동이동률을 높이려면 근로조건 향상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함께 도모하기 위한 노동개혁이 시급한데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다. 노동개혁 5대 법안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라는 야당의 반대로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최근 들어 기술발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즈니스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사업 사이클은 짧아지는데 근로조건이 경직돼 있으면 고용 유연성은 확보될 수 없고 그러면 기업들도 일자리를 만들 수가 없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면에서 노동개혁 입법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이 노동자들의 표를 의식해 무작정 근로조건을 강화한다면 되레 고용정체만 가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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