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 현장 방문’의 첫 일정으로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기반 정밀 협진을 시행 중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 센터’를 찾았다. 이 곳에서 정 의장은 인공지능기반 진료시스템인 ‘왓슨’을 직접 체험했다. 왓슨(Watson for Oncology)은 미국 IBM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의료시스템으로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의학 교과서, 1천200만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왓슨은 주치의가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성별·나이·진단명·검사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그리고 주치의는 왓슨의 제안을 바탕으로 총 8개과 30여 명의 전문의와 협진을 거쳐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계획을 선택하게 된다.
대개 환자들은 암에 걸리면 ‘의사가 내린 진단이 확실한가’ 또는 ‘본인이 받은 치료법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하는 의문을 갖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길병원 측은 왓슨을 이용하면 검사남용 예방, 진단의 오류 최소화, 최적의 처방, 진료비용 부담 감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획기적인 의료시스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의료관련 법률과 제도는 아직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길병원이 도입한 왓슨에 대해 ‘발전된 의학교과서 개념’으로 보고 어차피 환자의 최종 진단과 처방, 책임은 의사의 몫이기 때문에 왓슨을 보조적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진료선택권 혹은 윤리적인 문제, 보험수가 적용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
정 의장 역시 왓슨의 진료체계를 체험해 보고 국회가 법·제도를 잘 마련해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젊은 세대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IT·조선·자동차 등 국내 전통 성장산업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바이오산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앞으로 왓슨 같은 인공지능 기기뿐만 아니라 유전자 정보이용, 디지털 헬스케어 실용화, 임상시장 진입을 위한 규제개선 등에 대해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바이오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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