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9개 광역시·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95곳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기가 막힌다. 4곳을 제외한 91곳에서 609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하니 거의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은 205억원에 달한다.

위반 사례들을 보면 세금이 이렇게 허투루 쓰여도 되는지 분노가 치민다. 한 유치원 원장은 1억원이 넘는 정부 보조금을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과 연기학원 수업료, 본인의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등을 내는 데 썼다. 교직원 선물 명목으로 250만원짜리 명품 가방도 사고 경조사비와 노래방 비용도 유치원 운영비로 충당했다. 또 다른 유치원장은 외제차량 3대의 보험료와 사학연금 개인 부담금을 나랏돈으로 납부했다. 친인척 해외 경비로 쓴 사례도 적발됐다.

심지어 자녀나 배우자 명의로 서류상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놓고 교재·교구·식재료 등을 일괄 구매하면서 시중가보다 고가로 계약하거나 허위로 서류를 꾸며 부당 이익을 챙긴 경우도 있었다. 탈세도 빠지지 않았다. 소위 아이들을 보육하고 가르치는 곳들이 한 일이다. 도덕이나 양심은 안중에도 없고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썼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정부 지원금 유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정부 예산은 해마다 늘었다. 2013년 11조1162억원이던 영·유아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지난해 12조436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이렇게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으면서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8곳을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고 회계관리도 투명하게 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 유용한 돈을 환수하는 조치도 마땅히 이뤄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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