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지난 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다. 이른바 국민들의 정신건강이다. 최순실의 공황장애가 등장했고 박근혜대통령의 강박장애 의심문제도 등장했다. 이 모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성난 민심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 분노로 이어졌다. 이는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에 이어 12월 31일 10차 촛불집회에 이르기 까지 참가 연인원이 천만 명을 넘어섰고 전대미문의 집회인원을 기록하며 대통령의 사퇴와 탄핵에 대한 강경한 국민들의 마음은 적나라하게 표출했다. 집회도 평화적으로 치러지면서 새로운 집회문화와 함께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국민고통 속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서서 비정상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나라냐’는 자조섞인 성토가 이어졌다. 대한민국역사에 새로운 금자탑이 이룰 촛불집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연일 쏟아지는 비선실세들의 비정상적인 의료행위, 인사개입, 대기업 등쳐서 모금한 774억 원의 돈과 정유라의 승마지원비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오만방자한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실이 세간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켰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가 끝인지 모를 갖가지 추악한 농단에 국민들을 할 말을 잊었다. 이른바 집단 패닉 현상에서 국민들은 헤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국회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에서조차 거짓말과 변명, 모르쇠로 일관하는 관련 증인들의 뻔뻔함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정도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인물들인가 싶어 한숨을 내 쉬었다. 모두가 위증죄로 특검에 고발되어 응분의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거짓과 진실게임에서 보여준 이들의 비겁한 행태에 국민들은 정신적인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나 사회적 갈등구조는 있어 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보여준 이 사태는 갈등구조를 넘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황당한 사건이라서 국민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한 최순실과 박근혜대통령은 그 무한책임을 가져야 하지만 비겁하게 서로 떠밀고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아해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기에 이처럼 황당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농락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 하고 있다. 어떻게 제 정신으로 이런 짓들을 할 수 있을지 일반 국민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들이이다. 이런 정도라면 예전 같으면 집회에서도 폭력이 난무하고 사회적 분란이 극에 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오히려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실 건전한 사회를 향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는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있으며 이를 법적으로 보호한다. 이익집단이나 단체들이 집회를 갖고 시위를 하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행동은 집단행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집회는 종종 폭력 집회의 양상을 보여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성난 민심이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10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비폭력을 그려낸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은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고 민주주의의 꽃이 되었다.

이런 사태를 통해 국민들의 정신건강의 문제가 이처럼 중요하게 제기된 적이 없었다. 국민들은 심지어 꿈에서도 최순실이 나타나고 눈만 뜨면 언론을 통하여 접하게 되는 최순실의 이름을 들어야 하니 때론 멍한 상태가 되어 정상적인 일상에 많은 지장을 초래했다. 집단 패닉을 국민 스스로가 치유해 나갈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혹자는 국민들이 겪고 있는 정신건강에 대한 손해배상을 최순실에게 청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국민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민간인이 무슨 자격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우롱하였는지를 생각하면 국민들의 공분이 얼마나 클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이 이처럼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 때까지 국회는 무엇을 했으며 청와대, 검찰, 사정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이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왜 국민들이 이 인과 관계도 없는 이 강남아줌마로 인해 정신건강을 해치고 피해를 보아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주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알고 싶지 않다. 다만 국정과 국민이 피해 받지 않는 한 말이다.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던 말던 국민들은 이런 시정잡배 같은 보톡스 아줌마에게 관심을 둘 여유나 마음도 없다. 살아가기에 너무나 버거운 경제 일상을 딛고 가정을 돌보느라 아침이 무서운 서민들이다.
우리는 지난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정치가 미치는 영향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정신건강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못하여 빚어지는 갖가지 비정상적인 사태에서 더욱 가중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혹자는 정신건강에 왜 정치를 거론하느냐는 해괴한 논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나라는 좋은 싫던 정치를 통하여 나라가 경영이 되고 국민들의 행복이 좌우된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올바른 정치지형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외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보여주는 무소불위의 권력 전횡 사태는 민간인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심대한 피해를 주었다는 점에서도 대한민국 정치의 황당 스토리로 영구히 회자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대통령을 포함해서 말이다. 배신감과 상실감, 자괴감, 분노, 답답한,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이를 통하여 다양한 정신분야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SNS를 도배하고 있다. 국민정신건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지난 해 언론사들은 정신건강 10대뉴스를 보도할 만큼 정치적인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에 따른 정신건강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지경에 이를 때 까지 국회는 무엇을 했고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와 비선라인들과 작당하여 문화체육계를 농단한 단죄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민의의 장인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무슨 대책을 세워왔는지도 정말 궁금하다. 툭하면 국민, 서민, 시민, 행복, 민생, 청년, 장애인, 꿈과 희망 등 온갖 좋은 용어를 다 갖다 붙여 대기는 좋아하면서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몰랐거나 방치한 모두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이 이 모든 것을 밝혀내리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전 국민적인 대의가 함께 했던 1987년의 집회 당시에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통령 직선제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은 민주투쟁승리의 개가도 올렸다. 2016년 12월 31일과 2017년 새해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행복, 국민정신건강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평화적인 몸부림임을 깨달아야 한다. 연인원 천 만 명이 넘는 엄청난 국민들이 보여준 그 위대함은 정신적인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위대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갈등과 분열, 부정과 비정상으로는 아름다운 사회, 건강한 나라를 이룰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정치적인 부정부패는 국민정신건강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정치는 물론 그 어떤 분야에서도 국민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평범한 말이 더욱 다가서는 정유년 붉은 닭의 새해 아침이다. 이제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갈등과 혼돈의 사회를 딛고 다시 일어서 건강한 대한민국을 바로 일으켜 세워야할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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